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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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길 바라, 소금으로 묵혀둔다. 맛을 내기도 하지만 켜켜이 시간을 쌓는 역할도 담당한다. 태어나지 말걸 그랬나 싶은 시간을 소금과 같이 화석화시킨 아이 '이수'. 웃어본 적이 있을까 싶은 그의 과거사가 안쓰럽고 보듬아 줄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 피를 나눈 할머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수를 거둔 그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진다. 부모의 품속에 안겨 본 적 없이 황량한 사막에서 홀로 내버려진 선인장 마냥 스스로 커갔던 '세아'. 버려져서 빼뚤어진다는 상식 같은 이야기에서 버려졌기에 사람 마음을 채우는 것에 더 가시를 세워 지켜 나간 선인장. 소금과 선인장이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을 때, 할머니가 있었고 입주 아주머니 이모가 있었다.



이수와 세아 모두 가정환경이 다른 의미로 각각 불우하다. 공통점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 자식을 낳으면 자연의 질서 마냥 자연스럽게 솟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지와 애정은 만들어가는 것이었나보다. 그래서 평범한 또래 아이들이 찾아지는 치기어린 마음과 행동은 훌쩍 건너뛰어버렸다. 과거 이수의 부모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다. 아비는 어미를 죽였고, 그 아비는 그 아비의 어미인 할머니가 죽였다. 그 할머니가 이수를 거둔 것이다. 갈 곳이 없고 기댈 곳이 없던 이수는 자신을 거두겠다는 할머니 손에 키워진다. 살갑지는 않았지만 챙김 받은 적 없는 엄마의 손보다는 훨씬 따뜻한 가정이었다. 그런 할머니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았다. 자식을 죽였고 그런 그가 살아서 멀쩡하니까. 그러나 할머니는 호기심으로 접근하며 던지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듯 굳건하다. 할머니가 마음의 소금밭에 고이 묻어 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폭력과 횡포에 휘둘려 친구를 잃은 세아. 친구를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일에 쉬이 모른 척 지날 수 없다. 한 명의 가해자가 한 명의 피해자만을 낳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피해자를 막고자 십자가를 지고 악역을 자처한 세아. 과연 세아의 십자가는 처형 수단이었을 뿐 인가.



■ 우솔은 젓갈이 특산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조개젓이 유명했다.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 비단 젓갈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삭힌 젓갈처럼 그저 익어 갈 뿐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이수가 중앙 현관을 지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17p)



■ '야! 너 아직 살아 있었구나?' 그 순간 머릿속으로 오래전 그날이 스쳐 지났다. 벌써 6년이 지나 흘렀는데 까만 점은 여전히 이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 말은 사실이었다. 소금 바람은, 사람들의 기억까지 차곡차곡 염장해 두었다가 그 축축하고 시큼한 것을 엉뚱한 곳에서 불쑥 꺼내 놓았다. (25p)



■ '그날이 수요일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니? 월요일이나 목요일, 토요일이었어 봐. 아, 맞다. 토요일은 관공서가 쉬지?' 그것은 이수가 '이수'가 된 이유였다. 출생 신고를 하러 간 날이 하필 수요일이라서. 달력에 물 수 자가 보여서……. (41p)



■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두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둘의 결합에 정작 힘든 사람은 당사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깨지고 망가지는 삶을 코앞에서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할머니의 속은, 한여름 바다보다 퍼렇게 멍들어갔다. (93p)



■ "이수야, 마음이 감옥인 사람이 있어. 수인도에 평생 갇혀 있는 사람이 바로 너희 할머니야. 그 섬이 워낙 외지고 험해서 아무도 가지 못한다." (106p)



■ 이수는 싱크대 선반 속 오래된 접시였다.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살아가는 선인장이었다. 그래, 맞아, 얘도 있었지. 사람들은 때때로 이수의 등장에 당황했고,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깨닫게 되었다. 슬퍼하거나 서운해 하기보다, 이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는 편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108p)



■ 시간이 흘러 세아는 중학생이 되었고 엄마와 아빠는 결국 이혼했다. 하지만 누구도 세아 곁에 남지 않았다. 각자의 파트너와 새 삶을 시작했으니까. 세아에게 부모님의 부재는, 아침이면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익숙했다. 자신이 그 태양 아래 혼자 남은 선인장이라는 사실을 또한 잊지 않았다. (162p)



■ 보이지 않는 할머니에게, 철썩이는 바다에게, 바보 같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 가듯, 시간은 할머니의 기억을 가져갈 것이다. (189p)



■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거나 잊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어지러운 꿈의 한 조각처럼 가슴에 박혔다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불쑥 되살아났다. (205p)



■사탕을 담배처럼 물고 다니고, 음료수를 술처럼 들이켜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가슴에 깊은 심연이 있는 아이였다. 엉뚱하고 재미있지만 좀처럼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사전에 이름을 검색해 봤을까? (215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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