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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ㅣ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평점 :
건조하고 딱딱한 이야기에 싫증이 날 때, 꺼내보면 좋은 문자화된 영화 같은 소설이다. 등장인물 핀레이 도너번은 주변 흔한 '아줌마'일 듯 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면서부터 가정과 육아에 치이면서 자신을 돌볼 틈이 없고, 어느새 남편과의 관계가 대면대면 하다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한국판 아줌마였다면 불륜에게 초점을 맞춰진 이야기가 더 많았을 듯 싶은데, 결혼 생활에 있어서 상대에게 자신이 매력을 보이지 못한 것에 한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적 차이도 보인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감정적 극에 치닫지 않고 가볍게 때로는 유쾌하게 해석한다. 단순하게 육아와 살림 전담인 전업 주부는 아니고 로맨스와 스릴러를 겸비한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유명 작가가 아니고서야 판권이나 인세가 약하기에 비참한 상황 설정은 충분해 보인다.
이혼과 생활고 등 다중의 고난 속 핀레이는 원고 마감을 넘기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부스스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스카프 가발을 쓰고, 초췌한 얼굴을 가리고자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장하여 에이전트 실비아를 만난다. 글의 진척이 없는 것을 인지한 실비아는 적절한인 현장, 살해 동기, 깔끔한 처리와 곁들인 로맨스를 요구한다. 을의 입장에서 상황을 접수하는 대화 과정을 옆 테이블에서 엿듣던 다른 여인이 이를 오해한다. 그리고 작은 쪽지를 남몰래 건넨다.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고! 글로 배운 살인 범죄와 해결, 처리 과정 등이 이 어설프고 허당미를 자랑하는 삼류작가 핀레이에게 극적인 상황 전개를 가져다 준다.
■ 아침 8시 30분.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여차하면 누구 하나 죽이고도 남을 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특히 10월 8일 화요일 아침, 나는 7시 45분부터 이미 살인 충동을 느꼈다. 메이플 시럽 범벅인 두 살배기에게 기저귀를 채우느라 아등바등하는 사이, 곧 유치원에 가야 하는 네 살배기는 제 머리를 직접 자르겠다고 설치고, 수면 부족 때문에 커피포트에 필터 끼우는 걸 깜빡한 탓에 넘쳐 흐른 커피 가루를 치워본 경험이 없다면 내가 똑똑히 알려주겠다.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에 대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 (7p)
□ 소설의 첫 문단부터 킬러로서 합격. 킬러로서 입문 과정인 듯 하다.
부제처럼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가 두 아이의 육아 및 창작의 고통을 짊어지고 의뢰받은 임무를 해결해 나갈지 궁금해지는데, 읽는 내내 작가의 위트 있는 인물 간 대화, 핀레이의 허술한 추리와 킬러 놀음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 삽을 내려다보니 목이 바짝 탔다. 이 모든 사건이 소설 속에서 일어났다면 지금 이 순간이 전환점이 될 터였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시점.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조지아의 집으로 돌아간다면 과실 치사를 주장할 수 있다. (109p)
■ 경찰 언니를 둔 덕에 중요한 교훈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터넷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둘째, 남의 눈에 뻔히 보이는 곳보다는 집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발각될 확률이 높다. (163p)
■ "마음 바뀌면 언제든 얘기하세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랑 데이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변함없어요."......중략......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요." 감옥에 들어가서도 전화를 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174p)
■ 맙소사. 이렇게 황당할 수가. 그녀는 내가 뛰어난 실력자일 뿐 아니라 그 일에 딱 맞는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거다. (242p)
■ "핸런의 면도날이라고 들어봤어요?"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너덜너덜해진 내 신경에 바르는 연고 같았다. "이런 말이 있죠. '별로 악하지 않은 동기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을 악의와 무자비로 해석하지 말라.' 저는 사람들이 나쁜 동기로 행동했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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