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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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를 뒤로 하고 나만의 장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집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귀가한 가족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집 안에서 저녁 식사의 냄새가 풍겨온다. 씻고 식사를 할 지, 식사 후 씻고 편안히 누울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우리가 쉼에 대해 그리는 장면이다. 대단한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어른이 되고 깨달은 일이지만 쉽지도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 하나를 편히 누이기 위해서는 일단 '집'을 어떤 형태로든 가져야 한다. 집의 동일어 느낌을 갖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의 연결고리 형태에 따라 족쇄일 수 있고 그곳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현관문을 닫는 순간, 외부로부터 보호된 공간일 수도 있지만 폐쇄된 공간으로 느껴지면 그곳은 위험천만한 감옥이자 지옥일 수 있다. 공간적 의미를 떠난 집이자 가족은 내 편이자 안식처일 수 있지만 바깥 세상은 모르게 짊어진 족쇄일 수 있다. 가족이기에 외면하면 철면피에 비도덕적인 인간이 되고,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는 인생은 미래와 답이 없는 막막함일 수 있다.



#전건우_작가 특유의 초현실적 공포 느낌을 살린 #누군가살았던집_은 이사할 때마다 그 집 내력을 찾게 만들 듯 싶다. #죽은집_은 고독사로 인해, 최근 늘어난 특수청소전문업체와 관련된 이야기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할 집이 그늘진 죽음으로 집의 생명마저 끝난 것이다. 오로지 경제생활 중심으로 거주지와 생활 반경이 결정되는 시대, 이상적으로 꿈꾸는 집은 금수저에게나 허락된 것이다. 세상은 허락한 곳에 자리잡는게 집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_#정보라 작가의 #반송사유_다. #정해연 _작가의 #그렇게살아간다 속 이야기는 장기투병환자를 돌보는 가족이 가질만한 이중적 감정과 현실을 다룬다. 가족이 함께 사는 공간인 집은 서로를 보호하는 상호의존적 관계이지만 그들의 관계가 때로는 서로를 갉아먹는 아픔이기도 하다.



■ 그때 물었어야 했다고, 나는 나중에 후회했다. 왜 멀쩡한 집이 절반 이상 싼지에 대해. (13쪽)

□ 놓치고 나면 보이는 것이 있다. 후회하지만 늦은 것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결코 나아지지 않는 것. 어리석다고도 하고 뭔가 씌웠다고도 한다.



■ 죽은 사람은 그렇게 집에 남긴 흔적조차 편안하게 정리되지 못했다. (67쪽)

□ 정리를 요청하는 사람 대부분은 집주인이랬다. 죽음 뒤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삶의 흔적 조차도 지워야 하는 것이었다.



■ (반송 사유) 받는이의 메일 주소가 존재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휴면 상태입니다. (166쪽)

□ 메일이 갖는 주소처럼 가상의 공간을 갖는 것으로 만족되면 좋으련만, 인간은 실제 땅을 밟는 거주지가 필요로 하다. 그 공간을 중심으로 살아가려다 보니 온통 낚싯바늘 같은 걸림돌과 불편함이 있음에도 감내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공포임을 시시한다.



■ 아버지는 가족들이 자신을 낫게 하길 바랐다. 햇빛에 나가 걸으라는 의사의 말도, 너무 누워 있으면 안 된다는 말도 듣지 않으면서, 옆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을 낫게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 (193쪽)

■ 엄마가 내가 아는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괴롭혔다. ...중략... 나는 이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그냥 두지 않기로 했다. 알 수 없는 것을 덮어 두면 두려움이 된다. (217쪽)

□ 자신의 가장 안쪽, 속옷까지 내보일 수 있는 곳이 집이지만 속마음까지 꺼내두는 것은 금기인 곳이 집일 수 있다. 가족일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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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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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 작가님의 유머를 잃지 않는 시크한 문장을 애정한다. 제목 #연수_는 추억의 도로 주행 연수였는데, 연수받는 사람이나 강사가 워낙 디테일해서 감정이 이입되었다. 살다보면 그 시절 잠깐,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이 있다. 떠나지 않는 그 생각과 마음을 어쩌면 어제 일처럼 세심하게 그려내고 웃음 요소를 잘 숨겨놓았을까 싶다. 한 여름, 여행 중에 잠시 앉을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선택한 #휴가지소설_로 #연수 탁월했다.



#연수_가 그려내는 이입 입점은 운전 연수 강사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는 인간적인 시점이다. 사람을 의심하고 조바심 냈다가도 결국 사람이 답이다. 헤~ 풀어헤친 웃음으로 마주한다. 나이차, 가치관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먼저 가닿는 진심 같은 것. 세상이 험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사람이 답 아닌가 싶은.... 듣고 싶은 이야기이다.



#펀펀페스티벌_의 감정 이입점은 '세상은 그래도 아직 따뜻해' 같은 소설은 접어두라고 조언한다. 세상의 찐첫발을 내딛는 이들은 감정적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래서 감정을 파고드는 따뜻함, 독보적 정의감 등으로 세상의 쓴 맛을 본다. 아픈만큼 성장한다.



#공모_천의얼굴 가게 사장 이야기는 #어른맛 #나쁜어른맛_이랄까. 정의의 사도같은 심정은 아니다만, 현실적으로 독립운동까지는 아니어도 매국노는 되지 말아야지가 평범한 거 아닌가. 그런데 살다보니 적극적인 매국은 아니었는데 매국팀에 끼어 살았던가. 뼈아픈 어른 성장기.



#라이딩크루_민낯까기. 남들은 모르겠거니 싶었던 감정과 생각이 다 읽히고 있다.



#동계올림픽_은 착한 딸 컴플렉스. 아니면 가족 컴플렉스 극복기이랄까. 가족 중 하나에 매달려 기생하는 인생. 가족이 뭐니. 의문을 갖게 한다.

#미라와라라 열등한 존재를 깔고 가지만 우월하지 않은 평범한 이들의 깨달음. 어쩌면 우리가 갖는 이상 야릇한 상대를 향한 경계와 적개심, 시기와 질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 무언가 해내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모습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모습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는. (10쪽)

□ 실수와 실패가 없어야 했던 나이. 인정을 못했던 나이. 그래서 흑역사 가득이지만 어두웠기에 밝음의 채도를 알아가지.



■ 이찬휘가 너무 싫어 죽겠는데, 동시에 또 너무 부러웠다. 왜 나는 죽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게 된 거지? (89쪽)

□ 난 그렇게는 안살아.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그렇게 못하는 것일수도, 당신과 내가 다른 것일수도 있음을 깨달아간다.



■ 나는 천의 얼굴이 싫었다. 조미료 맛도 싫고, 김빠진 소맥 피처도 싫고,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천 사장도 싫고, 브이넥 아래 그 은근한 음영도 싫었다. (110쪽)

□ 당신의 천박함이 자신의 고상함으로 대체되지 않을텐데. 그런데 살다보니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던가 싶은 어른의 매운맛이 느껴진다.

■ 까놓고 말씀드려요? 크루장님보다 쬐끔씩 더 못난, 머리 까지고 배 나온 남 크루 두명 면피용으로 받아놓고, 여기서 예쁜 여 크루들한테 왕 대접 받다가, 갑자기 제가 나타나서 이슬씨, 수민씨랑 친해지니까 기본이 많이 상하셨나요? (213쪽)

□ 대놓고 말하지 않는 상피적 관계 속 진심이 보인다.



■ 주니어 때부터 그랬어요. 일 때문에 못 보다가 어쩌다 한번 보러 가면 꼭 넘어지고, 가면 못하고요. 안 가면 항상 잘해요.(250쪽)

□ 가족에게 줘야 하는 마음은 받고 싶은 마음도 반영된다. 가족이란.





■ 그저 배우 명성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 타이틀을 손쉽게 얻는다고 비난받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설을 하나 펴냈으니 '작가' 타이틀도 얻겠다는 내용이었다. (316쪽)

□ 쉬운 비난은 상대의 얼굴이 아닌 내 얼굴에 침 뱉기.

#장류진 #장류진소설집 #연수 #소설추천 #추천소설 #단편소설 #베스트셀러 #도서추천 #추천도서 #재밌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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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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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영화를 보면서,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던 시절을 떠올렸다. 어머니, 아버지 세대 이야기였다. 비슷하게 엇갈리는 시기에는 중동으로 향하는 인구도 있었다. 낯선 땅과 기후를 적응하며 외화벌이를 위해 나섰던 적도 있었다. 전후 세대들이 겪었던 서글프면서도 힘들었던 시기의 이야기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돈을 벌거나 아주 정착하며 사는 이들, 인류는 언제부터 그랬을까? 사실, 그 반대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인류는 언제부터 정착해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가. 최초의 인류부터 민족 중심의 국가를 이루며 사는 시대가 되어서도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자국을 떠나는 이들에 대해 가난하거나 박해를 받는 부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주민 중에서 소수만이 특별한 시선을 받을 뿐 대다수는 인구 유입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정주주의를 정상적 생활 양식으로 받아들인 후부터 이주에 대한 혐오, 갈등 등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정주주의 부정하기보다 이주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현재 이주하는 인류에 대한 부정적이고 온정주의적 태도로부터 벗어나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정치적 경제적 기후적 난민을 비롯하여 개인적 이유로 인해 이주하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데 배타적인 사고로 이를 경계하고 갈등하는 우리의 세태를 제고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에는 서로에 대한 발견과 교류로부터 시작했다. 발견과 교류는 #이주하는인류_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발견하는 이가 발견된 이들을 정복하고 착취하는 역사도 있었기에 불행의 시작이라고도 본다. #샘밀러_는 인류의 이주는 자연스러웠고 문화 접촉과 변동이 이뤄지는 과정으로 본 것이다. 현재 정주주의가 압도하는 시대에 이를 부정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인류의 이주는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 각자의 뿌리를 살펴보더라도 이주민의 뿌리 한 켠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주민에 대한 지배적인 역사적 인식을 재설정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 우리는 한 곳에 머물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길고 긴 인류 역사의 극히 짧은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고정된 주거지와 국적을 갖는 것이 마치 인간의 한 조건이라도 되는 듯이 여겨지고 있지만, (8쪽)

​■ 성경의 많은 부분이 이주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특히 구약의 대부분은 바빌론 유폐 기간 또는 그 직후에 기록되고 편찬되었다. (62쪽)

​■ 인도의 권력이 대체로 아직도 피부가 더 희고, 카스트 계급이 높고, 인도-유럽어를 사용하는 북부 남자들의 손에 놓여 있다는 점은 언급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유전학자들의 증거와 주장을 믿는다면 그들은 약 4천 년 전에 인도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6쪽)

​□ 인류의 역사는 이주를 통해 이뤄지고 이주민에 대한 배타적인 권력을 소유한 이들 역시 본래 이주민이었다는 것이다.

​■ 훈족에 대한 암미아누스의 설명은 로마인들이 유목민의 생활 방식을 얼마나 낯설게 여겼는지 그리고 그들을 얼마나 비하했는지를 보여준다. 로마제국은 대부분 정착해 있고 상당한 수준으로 로마화된 '야만인들'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한 훈족은 로마인들에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136쪽)

​□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주변, 중국의 한족 외 주변, 로마 제국 외 주변 등 정착을 시작한 이들은 유목민에 대해 '야만'의 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 이 책은 사람들이 이주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포괄적인 역사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전하고자 할 뿐이다. 이주가 정상적인 활동이며 인간 조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프리즘을 제공하는 것이다. (143-144쪽)

​■ 콜럼버스의 처음 목적은 무역과 탐사, 외국 통치자들과의 만남이었으나 곧 정착과 착취로 변질되었고, 그가 유럽으로 보내는 주요 상품은 금, 면화, 유향수지와 노예였다. (208쪽)

​■ 이민자들은 대부분 새로운 문화에 동화하고 싶어 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문화를 재건하고 재창조하려는 욕구를 느낀다. (223쪽)

​■ 일부 유럽 정착민들은 노예무역에 대한 윤리적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소수였고, 강제로 끌려온 아프리카인들은 북아메리카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카리브 해로도 보내졌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강제 이주였다. (251쪽)

​■ 역사책은 대체로 정주한 사람들이 정주한 사람들을 위해 저술했으며 과거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제공했다. (271쪽)

​□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관점을 수용하고 이를 토대로 역사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주자의 목소리는 담지 않은 이주민에 대한 평가가 우리가 믿는 정설이 되었다.


■ 핸들린의 유명한 책에는 19세기에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조상의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인디언 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강제 이주당한 '눈물의 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와 노예가 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도 거의 없다. 백인 여성들은 대부분 유럽인의 아내와 딸로 등장할 뿐 자신들의 이주에 관심을 가질 만한 독립적인 개인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길고 굴곡진 중국인 이주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295쪽)


■ 각 알리야를 기간별로 구분해 설명하면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런데 단순화된 역사에서 제외된 대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구인지를 주목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알리야 이야기에서는 다른 유대인 이주민들, 특히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되며, 이미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었고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에 의해 쫓겨나간 아랍인들 역사 마찬가지였다. (331쪽)


□ 걸러지고 차단되어 일부의 목소리만 담겨진 역사의 이야기는 결국 주류라는 이름으로 보편적이고 일반화되었다.


​■ 대부분의 신규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제한하기로 한 이후 연쇄적으로 내린 여러 조치들 중 첫 번째에 불과했다. 두 번째 결과는 수많은 남부 및 동부 유럽인들의 입국을 차단시킴으로써 북유럽 혈통의 사람들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지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입국 제한 조치는 또한 박해받는 집단이나 난민들이 이주를 통해 탈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362쪽)

​□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에 대한 배척하는 태도, 혹은 호혜적인 태도 등은 의도적 오류를 범한 구분에서 비롯되었다. 인종차별주의 태도를 견지하였지만 도덕성을 겸비한 듯한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

​■ 역사가인 이사벨 윌커슨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이 닿은 모든 도시의 사회적·정치적 질서를 개조한 거대하고 주도자 없는 운동'이었다. 흑인 대이동이 한창이던 1925년 미국 흑인 철학자 알랭 로크는 흑인 대이동이 '시골에서 도시로 그리고 중세 미국에서 현대 미국으로의 계획적 도피'라고 했다. 또한 그것은 차별과 린치, 빈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노예제도와 남북전쟁의 유산으로부터의 도피였다. (365쪽)

​□ 이주의 역사에 대한 영향은 지대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역사가 현재에 이르는 시각을 만들어 준 대표적 이주의 역사 이야기다.


■ 이것은 현대의 이주 논쟁이 얼마나 인종차별적이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를 깨우쳐준다. 분명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1950년대 이전에는 백인 일색이었고 단일 문화였다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것이다. (394쪽)

​■ 우리는 정주주의를 추구함으로써 과거와의 연속성, 이주의 정상성과 상호 연결성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396쪽)


□ 단일 민족과 문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보이는 배타성이 비역사적인 측면이 있음을 강조한다. 역사를 단일한 시각에서 주어진 대로 보는 것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느껴진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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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시선
이연식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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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호퍼 전시 관람을 앞두고. 미국적이면서 모던한 작품하면 #호퍼_를 이야기한다. 광고나 영화 등에서 소재로 자주 등장하여 아주 낯설지 않다. 카페나 사무실 한 켠에 자리 잡으면 감각적으로 보이곤 한다. 다만 거실에 둔다면 약간 황량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아마 호퍼의 그림 안 인물의 표정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심오하거나 서로의 시선이 엇갈려서 따뜻한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런 그림일까. 그의 작품 중 두드러진 창작 활동 시기를 살펴보면 세계경제대공황 전후,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피카소, 폴록 등의 작품과 달리 인상주의 영향을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하고자 했다. 분명 과거 화파의 영향을 받고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나가는 것이 대세이지만 주류와는 약간 달랐다. 여성 모델의 누드를 그리는 것이 특별하지 않지만 모델이 아름답기보다 심리, 표정을 더 담았다. 호퍼가 닮고자 했던 프랑스 화파의 누드는 작가의 주장을 담아낸 것이라면 그의 그림 속 여인이 갖고 있는 심리적 상황, 표정에 초점을 두었다. 다른 배경은 그 감정을 담아내는 도구로 그려내느라 과감하게 편집된 부분이 많다.



저자 #이연식 역시 #에드워드호퍼의시선_을 따라가도록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했다. 작품을 보고 있지만 모자에 가려진 얼굴 속 표정, 시선이 어떠할지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에드워드호퍼_가 그려내고자 했던 것만 찾지 않고 관객이 그림 속 인물과 상황을 통해 그림 안에서 다시 시선을 재창조하도록 한다. 그림 안에서 밖을 바라보도록 한다. 밖을 바라보는 마음의 상태, 감정이 작품 안에 녹아 있다. 미술 이야기, 그림 이야기 책은 많다. 이야기와 그림 중에서 무엇이 주를 이루는가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이연식 저자의 #에드워드호퍼의시선_은 그림이 주다. 두 번째 읽으면서, 속도가 늦춰진다. 천천히 그림만 바라보고 글의 이야기는 조도가 낮은 쪽으로 사라진다.

​□ <도시의 아침 Morning in a City, 1944> 그녀의 방에서 느껴지는 감정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창가에 섰다. 침대 위 이불은 구깃하다. 정돈되지 않은 마음과 단장하지 못한 몸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머뭇거려진다. 누군가와 함께 맞이한 아침이었는데 홀로 된 것인지, 그런 관계인 줄 알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허탈함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가라앉는 마음을 창 밖으로 시선을 던져내어 관객도 같이 창밖을 쳐다보게 만든다.





■ 호퍼의 그림에서는 늘 시선이 엇갈린다. 관객을 그림 속 인간을 보고, 그림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곳을 본다. 어긋나는 시선이 우리는 각도가 날카롭다. (72쪽)

■ <뉴욕의 방>은 창문 안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남성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여성은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누른다. 이들은 부부일 테지만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77쪽)

□ 이상한 구도와 시선은 관객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상과 철학,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부엌과 거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밀한 감정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럴싸한 외출복은 외부에서 보여줄 쇼윈도적인 면을 연상시킨다. 외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면은 거리가 있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선이 있는 것이다.





■ 그림을 멋지게 그리는 것보다 인생과 자연의 모습을 완전히, 때로는 조금 에둘러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112쪽)

□ 사진 같은 그림에서 작가의 해석이 가미된 그림은 작품이 되었다. 이제 해석의 주체도 관객에게 넘겨진다.





■ 당시 미국의 예술가들은 사실주의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 산업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믿음은 젊은 예술가들을 짓눌렀다. 여기에 더해 유럽에서 온 것이 아니라 미국적인 것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 또한 단단한 줄기를 이루었다. '미국적인 화가' 호퍼의 그릶은 일견 이런 요구에 잘 맞았을 것 같다. 하지만 호퍼는 예술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어떤 이념이나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호퍼의 그림에서는 심리적인 장치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 (154쪽)

□ 호퍼에게서는 사조나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그림으로서 그림, 주체나 객체가 따로 분리되지 않는 그림으로 보여진다.

□ <빈방의 빛Sun in an Empty Room,1963> 작품은 거의 말년에 내 놓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오로지 빛이 스며드는 벽만 보인다. 창과 벽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그림자 외 공간에서 부유하는 먼지 등이 그려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호퍼_작품의 매력이 궁금하다면 #에드워드호퍼의시선_을 접해보시길.

#에드워드호퍼의시선 #은행나무 #이연식 #미술이야기 #미술책 #그림이야기 #그림책 #호퍼그림 #호퍼전시 #에드워드호퍼 #그림이야기추천 #미술이야기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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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서경희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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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가죽었대_이 한마디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있을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 날, 그 자리에 그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간 한 마디로 인하여 혹은 한 장면으로 인하여 AI보다 수 많은 경우의 수로 만들어진 시나리오를 양산한다. 누가? 우리가. 최근 학교 현장과 관련된 이슈가 터지고 있다. 애도와 추모를 빙자한 비난, 갈등, 혐오 등이 넘쳐난다. 그 배경에는 #가짜뉴스_도 한 몫 한다. 루머를 기꺼이 만들고 유포하며 사실 확인이나 이면의 배경보다 일단 자극적인 내용에 이끌려 민들레 홀씨 퍼뜨리듯이 옮겨 담는 이들. 2차, 3차 가해 행위가 만연하다.



출근한 사무실에 울린 전화. 그렇게 시작된 김대리의 부고. 김대리는 업무, 직장내 분위기, 관계, 회식, 운동 등 전방위적으로 완벽했다. 그에게서 한번쯤 도움을 받았고 미화원까지 호감을 얻었으며 공적인 업무 외 사적인 영역에서도 완벽한 존재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마어마한 절망과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김대리 죽음의 원인에 대한 호기심은 이를 압도한다. 단서는 죽음을 알린 전화통화에서 시작한다. 교통사고, 출산부터 인큐베이터 속 성장, 직장 내 갑질, 복용했던 약, 성인용PC방 출입, 사이비 종교 등 추측은 난무한다. 단어 하나, 박제된 사진 속 한 장면과 같은 것이 증거이다. 어쩌면 우리도 보고 듣고 싶은 것 하나에 매달려 수 많은 소설을 쓰고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죽은 이에 대한 충분한 애도가 먼저이다.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으려면 현상에만 천착해서는 안된다. 대립 구도를 통해 정쟁에 이용해서도 안된다. 오늘도 연일 오르내리는 기사 속에서 짤막하게 오고 간 대화를 통해 비난과 질타가 쏟아진다. 보통 명사 같은 도덕적 프레임에 씌워버린 사건은 결국 비도덕적 인간들이 벌인 난타전과 같이 보인다. 두통이 오면 발등을 때려 두통을 잊게 하라더니. 어리석고 웃픈 인물 설정이 설정이 아닌가보다. #김대리가죽었대_속 현실판 인물을 기사 댓글에서 발견하고 그들의 설전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김대리가죽었대
죽어서도 편하지 못했을 #김대리_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 사건 진상
■ 김 대리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기절한 직원은 다섯 명이었다. 그 중에서 일흔을 목적에 둔 이사급 임원과 심장이 좋지 않았던 청소 아줌마가 구급차에 실려 갔다. (29쪽)
□ 과잉 반응. 쏠림 현상. 사회의 어떤 분야와 영역에 편향된 관심은 사건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잃게 만든다.

​■ 강지훈의 입사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강지훈을 둘러싸고 퍼졌던 무수한 소문의 진상을 이제 아무도 알려고 들지 않았다. (79쪽)
□ 소문의 양과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진상은 아무래도 좋다. 이러다가 소설가 직업 마저 위협을 받을지 모르겠다.

​■ "이 병원에서 진료받던 김 대리가 죽었어요. 당신이 처방해 준 약을 먹고 죽었을지도 모른다고요. 경찰을 부를까요?" (136쪽)
□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논란만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다 끌었다. 지루한 소송과 절차만이 목적이다. 상대를 지치고 해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진실 공방 게임.


■ 박종식의 이름을 발설한 사람은 오병수뿐만이 아니었다. (180쪽)
□ 루머의 확산은 확신에 찬 유포자로부터이다. 양산할수록, 양산하면서 스스로 확신한다. 이것은 진실이라고.


■ 이희진과 입사 동기인 영업부 미영의 증언과 믿을 수 있는 누군가의 제보로 인해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풀려 갔다. (208쪽)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사건화되지 않은 일을 사건으로 만든 것은 산 자들이었다.



​▶ 인물
■ 다행히 오병수의 키는 95cm에서 멈추더니 더는 줄어들지 않았다. 김 대리는 영화사에서 소품을 담당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제작한 60cm 길이의 스프링 형태의 인조 다리를 오병수에게 선물했다. 오병수는 자신의 신체에 불만이 없었다. 키가 더는 줄어들지 않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다. (114쪽)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자신이 걸린 병이다. 쪼그라드는 마음은 결국 신체에도 해를 끼친다. 오병수 인물이 줄어든게 실제 키인지 쪼그라진 마음인지 알 수 없다.


■ 이희진은 몸이 조금씩 바래 갔다. 머지않아 투명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139쪽)
□ 소설 속 등장인물은 모두 마음의 병이 있다. 현대인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고 있다. 미지의 인물, 스스로 말하는 법이 없는 김대리를 제외하고. 김대리가 상대와 관계하는 것은 문제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의 실천에 있었다.


■ 우울한 사람,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사람, 불운한 사람들 모두 세탁기를 사세요. 세탁기가 여러분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물할 것입니다. (191쪽)
□ 난임인 최민희를 비롯하여 소심한 성격, 외모 콤플렉스, 관계의 뒤틀림 등을 아킬레스건으로 가지고 있는 인물. 뒤집어 생각하면 세상을 사는 누구나 풀지 못하는 숙제를 가지고 산다. 부정적인 마음도 에너지가 되어 상대를 향하여 풀어내면 칼이 된다.



​▶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몸매랑 헤어스타일이 윤 이사님이랑 닮지 않았어요?" (268쪽)
□ 부정적인 생각도 에너지이기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보다 기운차다고 느낀다. #김대리의죽음 이슈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즈음, 하이에나들에게 포착된 이슈. 얍삽한 이들은 오늘도 밤낮 쉬지 않고 또다른 먹잇감을 찾아 헤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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