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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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신없이 보내자마자 타지에 발을 디뎠다. 몸과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과 떠나야 하는 마음까지 겹쳐서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한 해를 접었던 듯 싶다. 업무에 치일 때면 기한이 있는 것이니 조급하더라도 결국 시간에 따라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과 마음의 일은 분리될 수 없고 정리되지 않은 채 쌓였던 듯 싶다. 아직 지혜가 부족하고 살아 온 세월이 짧은 탓인지, 마음의 결론은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지나온 시간의 순간 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하는데 조용한 배경음악이 되어 준 시집 #너라는계절이내게왔다 였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이치를 깨우치고 사람과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찾을 수 있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건강을 잃고 나니, 글을 읽어 내려가던 시력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자유롭게 써내려 가던 글을 접하니 손가락 마디의 생김새를 보다 면밀히 살피게 되었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 돌아가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맑고 순수한 시를 통해 마음가짐을 살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본문 14쪽

매년 떠나보내는 게 일상이지만,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한 해가 지날수록 더 아쉽고 후회를 남긴다. 더 너그럽지 못하고 사랑의 마음을 더해주지 못한 것에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진실된 마음으로 걸어나갈 앞길에 무탈과 평안을 빈다. ​​


■ 말이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봄은 말이 없습니다
본문 21쪽

부고 소식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있으려나. 별이 된 이들 중 살아온 세월이 길기도 짧기도 하는데 어느 이 하나, 아쉽지 않은 이가 없다.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하고, 격려가 짧았고 안부를 묻지 못했던 시간을 후회하며 말을 아낀다. 마음을 더 쏟아내고 말을 아낀다. 담아둔 말은 봄에게 건네 보려 한다. 별이 된 그들이 이제는 평안하길.​​



■ 그건
나뭇잎이 아니라
편지였다
쓰고 싶은 시였다
본문 35쪽

하늘의 계절을 놓치지 않고 담아두려 한다. 지난 가을의 하늘은 어땠던가, 숲길과 낙엽은 어떤 색이었는지 벌써 잊어버렸다. 다가올 가을의 색은 글로 남겨야겠다. 추운 겨울에 꺼내볼 수 있도록. ​​


■ 밤새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리움들 중에 하나
저 별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이겠지요.
본문 51쪽

눈 덮인 풍경이 상념에 젖게 만든다. 막상 소리내어 만들어낼 단어는 없지만, 꺼내든 시집의 문장을 읽어내려 가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

​■내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봄비 내리는 오후다
본문 78쪽

계절에게서 나이듦을 배운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조화를 배운다. 그런 당신이길 바라는 마음과 그런 당신이기에 사이, 어딘가에서 답을 찾는다. 자연이 보여주는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맞이하는 순리처럼 스며드는 법을 배운다.

■ 웃기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
본문 108쪽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주길 소망하기보다 그런 사람으로 남길 소망한다. 상대보다 자신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올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 물방울서평단으로서 샘터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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