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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코가 석 자입니다만
지안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3월
평점 :


보관이사로 호텔로 떠나던 날 다짐한 게 있다. 앞으로 새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책은 사지도 말고, 신청하지도 말자. ㅋㅋㅋ but, 내 인생에 다짐은 절반이 며칠 내에 무너진다. 뭐 이번에도 역시다.
제 코가 석자입니다 책 소개 글이 그리고 표지가 책을 읽고 싶게 했다. 마침 자존감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남' 덕질 할 시간에 '나' 덕질이나 해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던 차에 '남 신경 쓸 시간에 나 좀 챙기자고요-'라는 멘트는 매우 결정타였다.
오늘도 내일도 내가 제일 걱정인 지안 저자의 [제 코가 석 자입니다만]
저자는 이혼 후 딸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25년의 직장 생활.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누군가(자식)를 책임지기까지 해야 했던 그 업의 세월이 녹록지 않았음을... 굳이 책을 읽지 않고도 알 수 있지만 예상대로 구구절절 공감 간다. 25년의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고 책임질 자식이 없음에도.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 걱정이고 너무 이른 나이에 학교를 입학한 탓에 꼬여버린(?) 나이 문제도 저자의 코가 석자이게 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미움받는 쪽을 택하는 자신이 걱정이기도 하며, 딸의 취향을 공유하느라? (맞추느라?) 보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다시 봐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ㅋㅋ
에피소드들이 이런 식으로 쭉 이어진다. (각 에피소드는 보통 3,4장으로 끝난다. 이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읽다가 끊기가 좋더라. ㅋㅋ)
시시껄렁한 장난스러운 책이겠거니 싶었지만 완독하고 나면 덕분에 잘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단단해진다. 또한 이번 한 해 만큼은 저자처럼 나 자신을 걱정(덕질)하는데 공들일 것이다.
★ "누나, 여기도 사람 사는 데에요." 그렇다. 우리는 모두 그런 곳을 여행하고 있다. (p.146)
★ 맛있는 음식은 그릇 바닥이 보이도록 먹어주는 것이 예의이고, 공연은 즐길 수 있는 만큼 느끼는 것이 매너다. (p.153)
★ 열정이 없다면 인생은 어느 장면부터 봐도 똑같은 지루하고 낡은 드라마가 된다. (p.165)
★ 걱정하기 위해 태어난 세상은 아니니까 기댈 수 있는 것에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p.215)
★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 매일이 똑같아서는 답이 없다.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고, 불안한 마음을 숨긴 채 새로운 길을 걸을 때에만 달라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p.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