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 부처

 

                                                         엄 영 훈

 

이미 전신으로 퍼졌어요 그냥 덮어야겠어요 의사는 푸른 마스크에 감정을 가리고 말했다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아들은 벗을 수 없는 짐이 무서워 말로 털어내려 하였다 회복실에서 마취가 풀리며 아들 눈을 찾은 엄마는 미소부터 지었다 대장부가 울면 쓰나요 난 괜찮아요 서른이 넘은 아들은 아직도 이불을 더럽히는 오줌싸개 도련님이었다 링거 바늘이 꼽은 손이 아들 체온을 쬐고 있었다 엄동 강변 얼음구덩이에서 한 광주리 빨래를 마친 손이었다 난 괜찮아요 어디 병원 앞에 가서 맛있는 거로 요기해요 삶의 경계에서도 모정은 탯줄에 매달렸던 새끼의 허기를 먼저 알아챘다

고량주는 말똥말똥한 각성제여서 회복실을 떠멘 귀갓길은 롤링과 피칭이 함께 오는 풍진 뱃길이었다 떨쳐지지 않고 따라오는 그림자를 향해 오줌을 갈겼다 눈 위에서도 그림자가 짙은 것은 보름달을 등진 자세였기 때문이다 제 그림자에 검은 총알구멍이 드르륵 뚫렸다 눈물로 막힌 속도 뒤집어내고 일어서다 보니 부처의 얼굴이 하필 거기 있었다 이목구비가 없는 등신이었다 불쌍한 중생에게 다 내주고 알몸뚱이 형상만 남은 머저리였다 천불산 모퉁이에 그냥 누워있지 팔다리도 없는 몸으로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을까 허벅지 살 한 점 베어내지 못하는 놈의 오줌 배설물을 받아 뒤집어쓰려고 길가에 그렇게 오도카니 서 있었던가 고개를 반가사유상 각도로 기울이고 낮은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줌 줄기가 백호와 두 눈을 토사물이 두상을 완성했다니 술값이 맺은 업이었다

솜씨 없이 빚은 눈사람에게서 차가운 손이 뻗어 나왔다 새끼의 머리칼을 쓰담쓰담 흐트러뜨리며 불길을 삭혀주고 있었다 꿰맨 수술자리보다 새끼의 마음이 더 따가운 바늘이 되었던가 오물속 등신부처가 가래 가랑가랑한 소리로 난 괜찮아요 난 괜찮아요 달빛처럼 환한 얼굴 셋이 겹쳐 갸웃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공을 가득 채운 달빛이 방금 벼린 칼날로 쏟아져 가슴을 빠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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