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 풍경

 

만추(晩秋) 품은 동강 어라연을 뒷강물이 밀어내고 있다

목에 감긴 찬피동물 옷깃 새로 으슥하게 기어든다

 

일 년을 밥 준 길고양이가 젖 뗀 새끼 네 마리 데리고 왔다

앞구르기 가르치더니 밥그릇 물려주고 의연하게 떠났다

말리지 못한 입동(立冬)도 짠하다

 

나뭇가지에 알집 슬어놓은 사마귀, 서리 죽창에 꽂혔다

영정사진은 뒤집혀 숙연하다

 

달팽이 빈 껍질은 하마 바람구멍이 숭숭 났다

햇볕이 쓰다듬자 구름도 거들고 있다

명 끊긴 삭신을 재촉하고 있다

 

숲속에 빈 둥지 깃털 구르고 있다

하늘로 터 옮긴 겨울새는 한층 더 가벼워졌겠지

 

높바람 가뿐히 올라 탄 낙엽, 검버섯 알몸으로 겨울 따라나섰다

허공에 이는 파도 어디로 닿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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