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바람 탓이 아니더라

 

                                         엄 영 훈

 

저놈의 바람 때문이다

깊이 중심을 내렸던 바다를 저놈의 바람이 뒤집어 놓았다

심해의 깊이로 숨겨 두었는데

저놈의 바람이 자꾸 보챈 탓이다

어쩌지 못할 것에 대한 어쩔 수도 없는 것을

온종일 뒤집어도 부질없는 것을

저놈의 바람은 새벽까지 휘젖고 있다

 

저놈의 바람은

어둠 내린 금진항 산비탈도 뒤집어 놓았다

바람에 흔들려 잠에서 깬 구절초

달빛 속에서 유령의 몸짓을 흉내 내고 있다

바위의 무게로 눌러 두었는데

목 길게 뽑은 풀줄기 끝에 흰 방울로 맺히더니

새벽까지 하염없는 몸짓으로 흔들리고 있다

 

저놈의 바람 때문이다

삭힐 수 없는 것

바람 불어 파도 뒤집힐 때마다

오래 묵혀두면 그만인 것

구절초 달빛에 흔들릴 때마다

울컥울컥 덩어리는

숨구멍 막으며 아프게 각진 것

다시 보지 말자 다짐했던 것

하염없이 게워 놓았다

 

바람결에 토한 것은 문장이 되지 못하는데

토할 때마다 맺히는 눈물은

바람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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