讚根頌 37 뿌리의 침묵
엄 영 훈
뿌리는 항상 침묵한다 침묵에는 서릿발의 무게가 스며 있다
지상이 소란스러울 때가 있다 잎새들 잔망스러울 때도 가지 찢어지는 아픈 소리를 낼 때에도 땅 속에선 반응하지 않는다 뿌리는 모든 소리를 안으로 재울 줄 안다
벌목꾼이 허리를 자를 때조차 뿌리는 침묵한다 등뼈를 파고드는 쇳소리 중심이 무너지며 땅을 구르는 충격 그럴 때조차 침묵은 북면한 겨울 바위다
침묵하는 아픔이 더 독해 죽음마저 다스릴 수 있다 이윽고 찐득한 눈물로 풀린다 혼자 남은 자에게 묽은 눈물이란 없다
소나무 뿌리는 허리 잘린 밑동에서 송진 뿜을지언정 결코 새순을 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