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마음으로는

여울진 세상 살기가 어려웠어라

언제부턴가 짊어진 두꺼운 갑옷

더듬이 내밀었다가 상처 받으면

돌아가려 마련한 안식처다

 

험한 물살에 떠밀려

잠시도 한 곳에 머물지 못했다

구르고 구르며 떠내려 온 세월

골뱅이는 온 몸이 푸르게

짙푸른 멍 자국으로만 남았다

 

강물이 푸른 것은

찐득한 울혈 죽음으로 토해

강심에 켜켜이 쌓아 놓은거라

도도한 흙탕 큰물로도

씻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창강 행정나루터

서산말 청춘들이 담력으로 멱감는 냉골(陰谷)

오늘 또 몸을 던졌다

여자들은 마지막 가는 길 어째서

강을 택할까

 

강물이 푸르도록 몸뚱어리 희게 풀어놓고

모래에 묻히는 골뱅이 빈껍데기

자갈밭엔

주인 없는 신발 한 짝

 

강물이 깊을수록 끝도 모르게

쌓아 내려뜨린 물색의 무게

장막 두꺼운 침묵의 사연들

검푸른 나락에서 울부짖는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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