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는 곳에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기에 낭떠러지에 매달린 목소리가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 내가 보내달라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따뜻한 체온으로 내리엮은 참바였다 나도 너처럼 혼자서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너는 카메라 렌즈를 보았는가 렌즈 너머 나를 보고 있는가 카메라는 1초를 250등분하여 그 중 한 순간만 가슴을 열었다가 찰나를 닫았다 육안으로 감지할 수 없는 순간 너의 마음은 빛살이 되어 심안에 꽂혔다 사진에 박힌 마음을 뽑아 전하는 통신은 없다 그런대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눈구름보다 높은 성층권에 난대성 기류가 흐르기 때문이다

 

사진 속 너를 본다 너의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폭설을 건너서 너를 만나는 것이다 엊그제 마주 할 땐 보여주지 못한 용기가 너를 응시한다 너의 눈빛이 북채가 되어 16분음표로 고막을 난타한다 내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진 너머 가슴도 북소리에 공명하기 때문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모른다 아마 통행이 금지된 한계령 겨울처럼 폭설이 쏟아지는 캄캄한 빙판일 것이다 그렇지만 길을 잃은 고라니 한 마리 쉴 곳을 찾아 가도록 별빛처럼 비추어 줄 것이다 쓸쓸한 그 눈빛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