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나하고 간극이 없어서 좋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간극이 있어

항상 새된 바람이 스며든다

 

물은 저들끼리도 간극이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간극을 없애는 것이다

물은 처음 보는 어떤 누구와도 간극이 없다

 

강물은

간극이 없이 나를 스치고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더 좋다

간극이 없어도 오래 머물면

물비린내가 난다

내가 알고 있는 강물은 늘 청량했다

 

강물은 간극 없이 나를 품지만

햇살처럼 깊이 스며들 줄 몰라서

말리면 금방 바람이 된다

강물은 뒤를 돌아보는 법이 없어 좋다

 

흐르는 강물에 오래 담그고 있으면

등줄기까지 떨린다

서산 그늘이 수심 깊이 꽂힐 때면 더더욱 그렇다

너무 많은 작별을 하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 돌아가라 말한다

 

돌아가 홀로

쉴 곳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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