짊어진 행장(行裝)

너무 무거워

길 끝이 뿌여니 가물거리거든

평창강 강변에 서보라

 

오대산에서부터 굴러 내려

각진 구석 다 씻겨 내리고

거기가 생의 마지막 자리인양

먼지 더께 앉은 무수한 침묵

자갈더미 깊이 내려앉은 무덤 무덤들

 

뜨겁게 출렁이던 용암의 꿈

바래고 닦이길 영겁의 날

이제는 숨결마저도 식어

안으로 차갑게 응어리진 중심(重心)

 

여름 장마 격한 물살에는

미동조차 없더니만

늦가을 안개비에 스스로 젖어

짙어진 무게를 불쑥 실어보낸다

화상(火傷)으로 가득한 무늬

바위는 살아 얼룩진 흔적을

얼굴에 새겼구나

 

바위도 비에 스며야 제 색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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