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은

겹겹으로 꽃잎 올린

화려한 욕심이 부끄러워

무성한 잎 속에 숨었다

 

 

작약은

줄기에 지탱할 만큼만

꽃봉오리를 올리고

무성한 포기의 정점 한 뼘 높은 곳에서

하늘을 향해 터뜨린다

흰 꽃은 넘실거리는 초록 햇살에 몸 띄우고

바람 뒤쫓으며 몸을 흔든다

 

한해살이 삶이란

미련부터 줄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움켜쥔 손을 비워야 몸부터 가볍고

하얗게 속부터 비워내야 홀가분히 떠오를 수 있다

개화가 잠깐인 것처럼

삶의 절정도 순간이란 걸 지레 깨달았다

바람에 넉넉하게 흔들리고 있으면

낙화가 적시에 올 것 같은 예감도 있다

풀꽃 한살이의 종언은

꽃잎이 피는 순간부터인 걸

내림으로 터득해 슬프지도 않다

 

 

오월 한낮

바람은 먼 곳에서 불어도

꽃잎은 시간 맞추어 그늘에

조용히 몸을 눕힐 수 있는 것이다

 

 

산작약은

꽃색만 산마루 너머 구름을 닮은 것은 아니다

진녹색 무게를 허물벗고

가볍게 몸을 띄우는 모습이 닮았다

바람에 홀리는 것도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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