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모란은 만개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월이 되면

시인이 새로운 시상에 설레듯

너의 개화를 꿈꾸었다

티끌 같던 설렘이 주먹만큼 단단해 지면

꽃받침을 비집고 보이는 속치마 끝자락

 

그러나 모란이 필 무렵이면

이번에도 어김없이 폭풍이 몰아쳤다

물에 젖은 습자지 같은 화관

밤새워 쓴 시처럼 남루했다

 

너는 왜 완벽한 개화를 거부하는가

나는 왜 목까지 숨이 차오르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가

누구도 표현하지 못하는 너만의 향기

어떤 시인도 흉내 낼 수 없는 단 하나의 색깔

 

평생 시를 내려놓지 못하듯

꿈을 단단히 움켜쥔 자는

다시 한 번 절정의 개화를 위해

흰 종이 조화처럼 구기며 새벽을 맞는다

 

우리가 찾는 영원한 것

사진에 박히는 찰나의 장면이 아니라

옛 사진 속 빛바랜 그리움 같은 것이고

모란의 만개를 다시 한 번 꿈꾸게 하는 힘이다

 

많은 밤을 혼자 견디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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