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 꽃씨 하나
바람에 날려 풀숲이 품었다
모래알보다 작은 알갱이
생명이 있기는 할까
설레며 숨 감추고 있다


천성이 낯가림이 심한 걸까
바람 불어서 일까
비름나물 깊은 뿌리
자리 넓은 엉컹퀴 잎
그늘 짙으면 잠만 잔다
욕망 무성한 녀석들 뿌리까지 쳐내야
햇빛 비추고
성수 같은 실비로 축성 받아
비로소 기지개 켠다


재촉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음 단장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도 줄일 수 없는 준엄한 시간
스스로 속 가득 채워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껍질 터지는 순간
땅거죽 들썩이는 심장고동 들리느냐
모든 출산은 숨죽여야 하는 엄숙한 것이다


이 티끌은 무수한 씨앗 품고
그 씨앗들 다시 꽃 피워
눈 시리게 벅차오르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꽃씨 눈 뜨는 걸 보면 모두
시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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