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아온 날보다 떠날 날이 더 가깝다. 어느덧 종심의 시간.
돌아보면 짧고 덧없는 삶이었지만 많은 깨달음의 순간이 있었다. 가슴에 새겨진 만남도 있었다. 내 삶의 지주가 되었던 함옹,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고1 봄날 교정을 잊을 수가 없다. 평생을 간직한 윤동주 시집. 루이제 린저, 레마르크 등등. 그 기쁨, 고통, 환희, 고뇌가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지금까지 나를 키워준 그 깨달음과 만남을 형상화하려고 한다.
퇴직 후에야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종심의 나이에 걸음마 하듯 시쓰기를 배운다. 평생 함께 했던 시인들, 간직했던 시집들. 내가 좋아하던 시인들의 시만큼 남이 내 시를 좋아할까 두려움뿐이다.
나를 감동시켰고 그래서 나를 성장시켜준 만남들이 나의 서툰 시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될까. 부디 내가 느낀 감동이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기를 꿈꾼다. 그 감동으로 내가 성장했듯이 독자도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나의 서툴고 수줍은 글쓰기. 이 시를 통한 독자와의 만남도 나를 부단히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떠나는 순간까지 나는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