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당 - 망각의 늪에서 끄집어낸 1948 ‘여순’
정미경 지음 / 문학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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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배를 곯을망정 빈 손으로는 안 와 국가라는 것은 참 사람을 죽여 놓고도 얼굴 한 번을 안 비쳐, 양심도염치도 없어.
할머니에게 국가는 괴수였다. 한 사람의 죽음과 남은 가족을 대하는 데 있어 아낙들이 베풀었던 온정에 비하면 그것은 애당초 양심과 도리는커녕 사람을 짐승만도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괴수에지나지 않았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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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ㅣ 바통 3
강화길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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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숲을 걷던 그녀는 무언가 발에 차이는 것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트렌치코트의 벨트였다. 여자는 낙엽에 묻혀버린 벨트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천으로 된 벨트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한 번 꿰맸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자는 축축한 것을 조심스럽게 털어냈다. 검은 것은 금방 떨어졌지만, 이미 축축하게젖은 부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이 흐르는 것 외에는 없었다. - P262

어머니는 자애와 희생의 존재로 신화화되는 대신, 냉담하고 잔혹하고 징그럽기까지 한 이기적인 존재로 그려지며 죽음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어느 순간 증발하고 잊혀진 여자들은 생명을 줄 뿐 아니라 임의로 박탈하는 괴물적 모성이 지닌 권력의 이면이다. 이 가운데 평생 열정과 변덕으로 새로운 남자를 찾아 헤맨 어머니를 딸이 목 졸라 살해할 때, 한국문학의 오랜 모성 신화가 깨져나가며새로운 권력 계승의 길이 열린다. 부친을 살해한 아들들이 ‘종교’와 ‘친족‘이라는 사회제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읽어낸 프로이트를 참조해보자면, 모친 살해는 사회제도의 압력을 개인화된 불운과 추문으로만 경험해야 했던 여성들이 ‘종교‘와 ‘친족‘을 해체하고 레즈비어니즘으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내는 시작점이 될 수있다. 뿌리 깊은 애증과 불안의 부정적인 속성들을 유산으로 여기며 상속받을 수 있을 때, 여성들은 증여의 대상이 되거나 증발하듯 사라지기를 그친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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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상속이란 그런 것이다. 가치가 명확한 유산만을 물려받을 수도, 물려받기를 원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물려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어떻게든 책임져야 한다. 금고에 넣고 아무도 훔쳐갈 수 없게 잠가버리거나 이득을 위해 팔아버릴 수도 있지만, 미처 갚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갚는 것 또한 상속자의 몫인 것이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고 파산선고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며, 이 빚을 짊어질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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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의 문학
전성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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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이런 시구에 젖어 잠시 입이 다물리고, 연하여 뭔가 다른 데 이야기가 꿍얼꿍얼 궁금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아직 자연으로부터 아주리 떠난 아이들은 아닌 듯싶습니다. 늘 문지방을 내다보는 자리에 백석이 있듯, 세상 나대며 사는 요즘 시인들이래도 늘 엉덩이붙이는 한 자리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움이 들고 시가 시작되는 자리 말입니다. 소설의 첫 문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시를읽습니다. 때로 시인의 자리를 엿보고는 말문을 트게 되는데 변전이라고 했나요, 글 쓰는 자의 몸이 금세 만들어지고는 합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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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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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날로 먹고 싶어요.

다른 일도 그렇지만 글도 습관이다. 몸과 똑같다. 쉬면 살이 붙고 붙을수록 뛰기 힘들다.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숨부터차온다. 내가 그랬다. 몇 문장을 쓰면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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