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상속이란 그런 것이다. 가치가 명확한 유산만을 물려받을 수도, 물려받기를 원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물려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어떻게든 책임져야 한다. 금고에 넣고 아무도 훔쳐갈 수 없게 잠가버리거나 이득을 위해 팔아버릴 수도 있지만, 미처 갚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갚는 것 또한 상속자의 몫인 것이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고 파산선고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며, 이 빚을 짊어질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 P1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타 등등의 문학
전성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마음이 이런 시구에 젖어 잠시 입이 다물리고, 연하여 뭔가 다른 데 이야기가 꿍얼꿍얼 궁금해지는 걸 보면 우리가 아직 자연으로부터 아주리 떠난 아이들은 아닌 듯싶습니다. 늘 문지방을 내다보는 자리에 백석이 있듯, 세상 나대며 사는 요즘 시인들이래도 늘 엉덩이붙이는 한 자리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움이 들고 시가 시작되는 자리 말입니다. 소설의 첫 문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시를읽습니다. 때로 시인의 자리를 엿보고는 말문을 트게 되는데 변전이라고 했나요, 글 쓰는 자의 몸이 금세 만들어지고는 합니다. - P1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날로 먹고 싶어요.

다른 일도 그렇지만 글도 습관이다. 몸과 똑같다. 쉬면 살이 붙고 붙을수록 뛰기 힘들다.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숨부터차온다. 내가 그랬다. 몇 문장을 쓰면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P2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콘돌》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은행의 내부 비리를목격한 주인공이 사직서를 건네며 은행장에게 이런 말을한다.
"올해 저는 마흔일곱, 다시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호흡을 잠시 가다듬은 주인공이 말을 잇는다.
"이렇게 살기에는 너무 많이 남은 나이입니다."
괴테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평생 삽질을 한다 해도 물이 나올 곳을 파는 것과 사막에서 파는 것은 그 결과가 천양지차다. 의미와 무의미만큼의 거리가 있는 것이다. 사회생활이 안 맞는 사람이 적응하려 애쓰면, 혹여 운 좋게 남들 보기에 외적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산다 해도 내적으로는 반드시 골병이 들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이다. 내 인생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니까. - P2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런 풍경을 통해 30년 전 기억이 우리에게겹쳐서 돌아오는 일도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작가에게는 저런 일상적 풍경으로 오래 묵힌 마음을말할 수 있을 때까지 10년, 20년이 걸리기도 한답니다. 우리가 과거를 새롭게, 꾸준히 기억해내지 않으면 우리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이 소설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