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56
올더스 헉슬리 지음, 정홍택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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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경외시되고 고통은 희극이 되는 멋진 신세계. 어머니나 아버지란 단어가 외설이 되고 모든 인간이 실험실에서 부화되는 멋진 신세계.  

한번쯤은 상상해봄직한 일들이다. 다른게 있다면 난 그런 신세계에 살게 된다면 인간의 성적능력은 퇴화하리라고 상상했었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에서는 생식능력은 제한되지만 성적능력은 여전히 유희화된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1930년대에 상상해낸 소설, 이 책을 읽으며 이것이 현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것인지, 인간들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어 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는 세계 역시 예전에는 상상에 불과했으니까. 따지고보면 소설 속 가상세계와 지금의 현실세계가 뭐가 그렇게 다를까. 현실에서의 사람들은 쌍둥이처럼 같아지고 있고, 같아지려고 기를 쓰고 있으며 그 중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돌연변이들로 어설프게나마 균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굶주림과 고통을 가진 권리를 박탈당한 쌍둥이들. 거부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 인간들. 이런 세계가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소설로 보자면 멋진 신세계가 누구에게나 멋진 신세계는 아니었다. 어떤 '야만인'에게는 문명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 시대에 살게된다면 나는 야만인이 아닌 의식없는 문명인이 되고싶다. 고독도 고통도 없는 문명인이 되어 고민은 야만인들에게나 맡겨버려야지. 즐기는 자에게 신세계는 언제나 멋지기만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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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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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좋진 않았다. 내가 부조리 문학을 이해할 수 없는 류의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찰리 채플린에 열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멸하는 사람도 있듯이,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나 자신이 부조리극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으니 이 책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가 없다.  

우야든동 부조리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재미있을테고 싫어하는 사람에겐 재미없을 것이다. 나는 그냥 그랬다. 간단히 읽기는 편하지만 그것뿐. 재치있는 대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엔 또 부조리로 나아가 버려서... 그냥 에프라임 키숀을 읽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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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결투 - 일본 현대문학 대표작가 에센스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노재명 옮김 / 하늘연못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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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자이를 읽는 일이 이렇게까지 심신을 지치게 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글이 형편없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나 자신으로, '인간실격'에 흠뻑 빠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글에서 인간실격의 흔적을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그 한편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글은 또 그것 나름의 재미를 찾으면 될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머릿속을 온통 인간실격으로 채워넣고 다른 글을 읽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자이의 글이라면 전부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다자이 읽기를 쉬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그러나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든다. 인간실격 이상으로 좋아질 글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그의 최고의 글부터 읽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불안. 마치 최고의 음식을 맛보인 다음 맛있지만 최고는 아닌 음식들을 먹어야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맙소사! 그렇다면 다자이 읽기는 내게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절대로 허기가 면해지지 않을테니까. 차라리 인간실격 사모으기나 할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른 접시에 담긴 최고의 음식을 음미하기로 할까? 아, 다자이는 왜 이렇게 일찍 죽어버렸을까. 인간실격 이후의 성장을 지켜볼 수 없다니. 나는 영원히 다자이를 빼앗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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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프가 본 세상 1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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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가아프는 말한다. 재미로 책을 읽는 작가는 없다고. 그렇다면 작가란 얼마나 불행한 사람들인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순전히 재미로만 책을 읽는 나같은 독자는 만의 하나 재능이 있다해도 절대로 작가가 되고 싶진 않다. 책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잃어버릴 바에는 영원히 남의 재밌는 글을 도적질하는 삶에 만족하리라.  

가아프가 본 세상은 재밌는 소설이다.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유쾌하기도 하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그의 유머가 얼마나 탁월하던지. 만약 나처럼 재미로만 책을 읽는 독자가 있다면 가아프가 본 세상은 절대로 그에게 실망스런 선택이 아닐 것이다. 물론 4점을 주기에는 약간 모자른 감이 없진 않다. 숫자로 표현한다면 5점 만점에 3.8 정도? 그러나 그것은 역시 3.5보다야 4점에 가까운 점수니 역시 재밌는 소설 분류에 넣어야 하겠지.  

장편소설을 쓰는게 좋다는 존 어빙의 말처럼 그는 할 말이 많은 작가다. 두 권의 책에 어찌나 글자들을 꼭꼭 눌러담았던지 소설의 재미에도 불구하고 읽는 속도가 더뎌 책을 읽는 삼일동안 새벽에 잠들어야만 했다. 더 읽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 눈 앞의 글자가 흐려보일 때까지 책을 읽어야만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점마저도 좋았다. 할 말이 없는 작가의 공백 많은 글을 읽느니 들려줄 말이 많은 작가의 촘촘한 글자를 읽는 편이 훨씬 포만감이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  

아, 이 책의 강점이 하나 더 있다. 이 책에는 가아프가 쓴 단편 소설이 세 편 있는데, 그건 존 어빙 자신의 단편을 추린 거라고 한다. 존 어빙이 쓴 몇 개 되지 않는 단편 중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한 것들만 넣었다고 한다. ( 이 말은 책 뒤에 써있다.) 더구나 에필로그를 좋아하는 가이프 때문에 주요 주인공들의 에필로그까지 볼 수 있어서 나로선 정말 기뻤다. 에필로그의 수록은 예전에는 분명 흔했던 일이었지만 지금은 인기가 사라진 탓인지 거의 볼 수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에필로그라 무척 반갑고 신선한 시도라는 기분까지 든다.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가 가망없는 환자들이었을지라도, 나는 가아프가 본 세상이 좋다. 가아프 이후에도 삶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난 잘 알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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