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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지은이: 한민(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출간일: 초판 1쇄 발행 2024년 11월 25일
펴낸곳: 저녁달
호모 피델리스(Homo fidélis).
피델리스fidélis는 라틴어로 ‘믿음이 있는’, ‘신앙심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호모 피델리스는 종교를 가진 인류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스스로를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라 일컫는 호쾌한 강의의 주인공 한민 교수의 흥미로운 주제의 신간이 나왔다.
그러나 이 좋은 책이 도착하기 이틀 전 느닷없이 대통령의 계엄이 선포되었고, 전국이 혼란에 빠졌다. 하루종일 뉴스 속보를 쫓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며 휴대폰으로 속보를 쫓아다니느라 잠을 설쳤다.
생활이 엉망으로 꼬였다. 그 사이에도 제출해야 하는 원고가 있었고, 원고를 쓰지 않는 시간에는 뉴스에 온 신경이 몰렸다. 자연히 읽어야 하는 책들이 쌓여갔다.
한달 보름이 넘어서야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구속되었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평범한 하루를 다시 찾게 되었다.
남편과 항상 산책을 하며 지나는 곳에 꽤나 규모가 있는 교회가 있다. 그런데 그 교회는 십자가 옆에 이스라엘 국기의 가운데에 있는 유대인 마크가 함께 걸려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것을 보면서 항상 웃으며 짜증을 냈다.
‘아니 저기는 십자가 옆에 왠 유대인 표식이야?’
‘쟤들 성경 안 읽나? ㅋㅋㅋ’
‘예수님이 누구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십자가 옆에 유대인이니?’
지나칠 때마다 우리는 교회 정면에 걸린 그 두 가지의 표식을 보면서 누구 아이디어일까를 궁금해하곤 했다.
토종문화심리학자인 한민 교수의 신간을 읽으면서 산책을 하며 내내 묵은 체증처럼 걸려있던 궁금증이 한방에 깨끗하게 풀렸다.
“보수 세력의 집회에서 이스라엘 국기가 등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한말,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한국 기독교인(개신교)들은 나라를 빼앗긴 자신의 처지를 성경의 백성, 유태인과 동일시했다. 유태인도 한국처럼 옛날부터 이집트, 바빌론, 로마, 독일 등 강대국으로부터 고통받았던 역사가 있고, 최근 2,000년 동안은 나라없이 각지를 헤매며 박해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스라엘이 다시 나라를 찾았다. 그리고 이어진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지역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모든 일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세력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세계사를 목격하면서 한국의 기독교인은 우리도 기독교를 열심히 믿으면 이스라엘처럼 다시 나라를 찾고 부강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은 일본을 패망시키고 한국에 독립을 가져다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북한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아주었다. 한국의 기독교인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맞아떨어지는 한국의 역사에 깃든 하나님의 뜻에 감동하는 한편, 한국도 이스라엘 같은 성경의 백성임을 확신했다. 그들의 마음에서 한국, 이스라엘, 미국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것이다.
그들에게 객관적인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 이스라엘이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 종교를 갖고 있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든 이스라엘은 셩경의 민족이요, 하나님의 백성일 뿐이다.”-285 4장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_05 그들은 왜 성조기를 드는가
조선말기 이 땅에 들어온 선교사들에 의해 들어온 기독교, 기독교 세상에는 신분에 의한 차별도 없고 배움과 풍요로움이 가득한 천국의 종교였다. 그런 종교를 믿는 선교사의 나라 미국은 당연히 신이 선택한 나라로 보였다. 책에 따르면 그들의 나라 미국은 제사장의 나라라는 것이다.
보수 세력의 집회에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가 등장하는 건 단순한 정치 집회를 뛰어넘는 처절한 기도회라는 것이 한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들의 집회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고래(古來)로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인 불교, 도교, 기독교, 천주교, 무속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들을 편견없이 해석하고 문화적 역사적으로 두루 살리며 그것들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과 상호작용을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해설해놓았다.
한민 교수의 특유의 유머와 문체로 쉽고 자세하게 풀어놓아 제법 무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재미있게 탐독할 수 있는 책이다.
사회의 많은 현상들에는 이렇듯 해설이 필요한 문화들이 있다. 사람들의 문화에는 이렇듯 역사와 삶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것들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의미들을 캐어내는 것은 일반인들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학자들이 모두 친절한 것은 아니다.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학문은 독자로부터 멀어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한민 교수의 신간이 늘 새롭고 반갑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워드로 정리해두는데 이번 책은 좋은 내용들이 워낙 많아서 정리하다보니 벌써 A4옹지로 20장이 넘고 있다.
겨우 20장을 정리하고 힘들어하면서 저자의 저력에 대해 다시 한 번 탄복했다.
문화만사성(文化萬事成)!
문화의 힘을 전파하는 한민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를 읽는 자!
종교와 문화를 숭배하게 될지어다!!!
2025. 1. 21. 화요일 밤 10: 59
한민 교수 신간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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