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 - 소신과 열정의 공원 만들기 40년
최광빈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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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
_소신과 열정의 공원 만들기 40년
지은이: 최광빈
발행일: 2025년 8월 14일 (초판 1쇄 발행)
펴낸곳: 이유출판
‘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에는 냉정한 소신과 뜨거운 열정으로 공원을 만들며 가꾸어온 서울시 녹지 행정의 전설, 최광빈 작가, 그의 40여 년의 녹지 행정직 공무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을 쓴 최광빈 작가는 기술직 최초로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을 두 차례나 역임하며 서울의 녹화사업과 공원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전지적 인물이다.
여름숲의 초록을 닮은 이 책은 40여 년 동안 작가가 펼쳐온 녹지 행정에 대한 기획과 정책들에 대한 주옥같은 에피소드와 녹지행정의 노하우가 빠짐없이 담겨있다.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서울시의 공원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서서울호수공원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발생하는 소음에 시달리는, 공원이 없는 신월동.
이 동네 아이들은 비행기를 그려보라고 하면 비행기의 밑바닥을 그린다고 한다. 저자는 디자이너와 함께 이런 아이들에게 저수지 역할을 하는 자연호수를 디자인적 요소들로 꾸며 탈바꿈한 호수 공원을 선물했다.
이 호수 주변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데크 쉼터를 만들어 배치했다. 이 호수의 상공을 지나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발생시키는 소음이 80dB 이상이 되면, 열을 지어 배치된 노즐에서 차례로 물을 뿜는 분수를 연출했다.
비행기 소음으로 고통받던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이 공원 개장 이후 서서울호수공원의 호숫가에선 ‘언제 비행기가 날아오나?’하고 비행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던 비행기 소음을 기다림의 대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디자인이었다.
(p. 204~206 3. 도시 공원을 만드는 사람들_시달림을 기다림으로 디자인한 서서울호수공원)
또한 아이들의 공원을 아이들의 것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분투기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학교에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특활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신이 놀고 싶은 놀이기구를 그려보도록 하고 그 자료들을 모아 실제 놀이기구들을 구현하여 놀이터에 배치하는 등의 노력은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공원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해법들도 주제에 맞추어 친절하게 정리하고 설명하고 있다.
평소 전혀 생각해보지 않던 공원과 자연에 대한 많은 것들에 대해 혜안(慧眼)이 열리게 해주는 행정교재로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공원에서의 먹거리, 즐길거리, 볼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풍성한 콘텐츠의 개발과 인간과 조화로운 공원의 모습,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도 경쟁력있는 관광지로서의 공원에 대해 역설하기도 한다.
공무원을 떠올리면 수동적이고 조금은 따분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자의 이런 역동적인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를 걷는다. 최광빈 선생이 조성한 길은 아니지만 그런 산책로를 걷다보면 복잡한 머리 속이 정리되면서 답답한 마음이 풀렸다.
그러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도가 떠오르기도 하고 막혔던 글귀가 트이기도 한다. 공원과 숲이 주는 위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흔히 행간(行間)을 읽는다고 한다.
글줄 하나 하나 보다는 글줄 사이 사이에 작가가 숨겨놓은 깊고 진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독서의 참맛, 참멋으로 여긴다.
또 그러한 재미는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공원의 푸름을, 자연의 푸르름을 진정 이해하는 사람은 숲에서 초록색만을 찾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녹지행정가인 최광빈 선생은 그 초록이 다 사라진 후의 수간(樹幹), 즉 잎이 사라진 연후의 나뭇가지들의 색에서 진정한 숲의 색과 숨을 읽었다.
독서의 고수들이 행간에서 작가의 색과 숨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기와진회색’!
최광빈 선생이 쓴 공원 조성 분투기, ‘푸른 도시, 서울의 공원’을 읽으며 나의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단어다. 기와진회색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은 나처럼 책을 읽으며 찾아보시길 바란다.
조화로움을 강조한 그의 녹지 행정에는 남다른 심미안(審美眼)과 함께 ‘사람’이 있었다.
어린이, 장애인, 삶에 지친 도시인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각별한 그의 노력은 공원과 서울숲 곳곳에 숨어있었다.
깊이있는 안목(眼目)과 미래를 내어다보는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고 진정 감사해하며 글을 읽었다.
백령도 외딴섬 소년은 운명처럼 서울의 섬들을 만났다.
그를 만난 서울의 섬들은 잿빛을 벗고 푸르고 조화롭게 변화했다.
그가 기획하여 보듬은 많은 공원에서 아이들은 맘껏 웃고 즐기며, 어른들은 각박한 삶을 위로받는다.
그가 선물한 서울의 공원은 서울 시민들에게 공원 이상의 것이 되었다.
어디를 가든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어디에선가 먼 훗날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고 있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중
p. 412 에필로그
김동률 ‘여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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