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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ㅣ 진실의 그래픽 3
오드 메르미오 지음, 이민경 옮김 / 롤러코스터 / 2020년 10월
평점 :
성관계를 갖는 이상, 100%의 피임률을 가지는 피임방법은 없습니다. 작가 또한 99.6%의 피임률을 갖는 루프를 시술했음에도, 고작 0.4%의 확률에 걸려 임신을 하고 맙니다. 낳을 처지가 되지 않는 작가는 임신중지를 택하고, 이후에 본인이 겪은 일을 느낀 그대로의 감정과 함께 그려낼 뿐입니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어서요. 정치적인 의도로 읽혀지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예 책에 나옵니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책입니다.
작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가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을 돕는 의사의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본인은 남자니까,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깊이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립니다.
이 책의 예상독자는 앞서 말했듯이 작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지만, 저는 임신중지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와 낙태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시술을 받는 사람은 단순히 돈벌이 대상이 아니며, 각자의 사유로 그 결정을 내린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의사가 이해할 필요는 없을지언정 최대한 온건한 대우(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처리를 한다거나, 기구를 따뜻하게 데워놓는 등)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임신중지시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텍스트로만 접한 것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진 이미지로 접하는 것은 많이 다른 느낌일 것입니다. 시술 받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알게 될 수 있겠지요.
피임률은 단순히 숫자놀음일 뿐입니다. 언제 그 대상이 자신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죠... 누구나 임신을 할 수 있고, 임신중지를 선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성관계를 갖는 이상 임신과 낙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 책이 그런 생각에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
별점-1인 이유는 옮긴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입니다. 옮기면서 스스로도 정치적인 스탠스와 맞지 않는 것도 번역해야 됨을 느꼈다고 적혀있더군요. 그게 이 책이었겠죠. 자궁을 써야할 당위성이 부족한 단어인 포궁으로 전부 번역한 것도 그렇고 읽는 내내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번역되진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