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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이번이 네번째이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던 이야기가 서른이 넘은 지금에서야 가슴을 간지럽히고 있다. 에쿠니 가오리에게는 이상하지만 특별한 간지러움이 있다. 매번 가오리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글로 표현기에는 더욱더 어려운 그런 간지러움을 느낀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들고,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런 간지러움 말이다. 아무래도 난 가오리의 그런 간지로움에 매료된 듯하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을 읽을 때도 그랬다. 이런 일들은 지구 상의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어디선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읽는 내내 계속해서 '웨하스 의자'가 생각났다. 부서질듯 부서지지않으며, 위태로운 듯 위태롭지 않은 여주가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1989년에서 2003년 사이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모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러브 미 텐더', '포물선', '선잠', '재난의 전말', '녹신녹신', '밤과 아내의 세제', '시즈미부부', '기묘한 장소',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까지 총 9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그 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어보지 않았어도 그녀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표지에서는 청아하고 맑은 느낌이 든다.
가오리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오리는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을 걸까?.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에서도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나온다. 동성애나, 엘비스 프레슬리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엘비스가 되어주는 노년의 스윗가이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여러 남성들과 관계를 가지는 여자까지.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을 찾아다는 시즈미 부부가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해되지 않아도 그들은 평범하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가오리의 간지러움이다. 평범하지 않은 일들과 감정들이 평범하게 다가오는 그런 간지러움 말이다.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확실하게 그녀만의 감성이 뚜렷하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에쿠니 가오리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니, 추천한다. 에쿠니 가오리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와 함께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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