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여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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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자비에르를 파리로 데려왔다. 하지만, 이런 선행은 불행이 되어 프랑수아즈에게 돌아왔다. 피에르와 그자비에르가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끊어내는 것이 덜 불행할테지만, 프랑수아즈는 어느 한 쪽도 끊어내지 못하고 불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야 만다.

만약 내가 프랑수아즈였다면, 피에르를 끊어내는 것은 힘들 것 같고, 하루빨리 그자비에르를 시골로 다시 돌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수아즈는 피에르를 버리지도 못하고, 그자비에르와의 그자비에르를 포기하지도 못한다. 심지어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듯하다.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프랑수아즈 본인은 비참함과 소외감을 느끼는데, 이런 고통이 점점 강해져 본인이 누구인지, 본인의 존재까지도 의심스러워지고야 만다. 결국 프랑수아즈는 자기자신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도대체 왜 그자비에르를 끊어내지 못하는 걸까. 그자비에르를 사랑한다는 피에르를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프랑수아즈는 예술가로서 많은 존경을 받는 사람이지만, 피에르와 그자비에르로 하여금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피에르와 함께 있어야 중심이 되는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프랑수아즈가 중심에서 피에르와 그자비에르를 밀어낸 것이라 여기면 좋을련만. 프랑수아즈가 피에르와 그자비에르를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중심과 가깝게 있고 싶어서가 아닐까. 어떻게해서든 그들과 가깝게 있어야 본인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읽는 중간중간 많은 생각이 든다. 진짜 민폐덩어리 피에르는 프랑수아즈를 두고 그자비에르와 사랑에 빠졌으면서, 두 여자 모두를 사랑한다 말하면서, 프랑수아즈를 놓아주지 않는다. 피에르도 두 여자 모두를 곁에 두어야 본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집착하는 것일까.

<초대받은 여자>는 아침드라마처럼, 피에르가 김치싸대기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이야기 초반부터 프랑수아즈가 그자비에르와 피에르에게 복수하기를, 피에르의 연극이 망하고 모두의 놀림거리로 전락하기를 기도하고 기도하며 읽었다.

<초대받은 여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계약 결혼과 결혼생활 속 이야기들을 담아낸 소설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보부아르는

피에르였을까, 프랑수아즈였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보부아르는 제르베르가 되기를 바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프랑수아즈처럼 사랑때문에 본인의 존재를 부정하기에 이르렀지만, 제르베르처럼 상대방을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사랑을 통해 본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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