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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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우연히 ‘우생학’을 주제로 한 유투브를 보았었다. 그때 나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큰 충격을 받았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집단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사람을 우성과 열성으로 나누고, 열성은 사회에 필요없는 존재이니 죽여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생학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주장을 믿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죽임을 당했다. 진짜 충격적인 것은 부모들도 자신이 낳은 아이가 열성이라 판명되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죽였다고 한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죽인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열성을 낳았다는 죄책감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우연히 본 유투브의 내용을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악의 유전학>도 이 ‘우생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고로 <악의 유전학>은 러시아를 배경이지만, 임야비 작가님은 서울출생이시다. 놀라운 건 의대을 졸업하고 연출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글을 쓰신다. 신은 불공평하게 재능을 몰빵하셨다...


천재가 잘못된 신념을 가지면 악마가 되는 것일까. 리센코는 천재였다. 그것도 아주 자존심이 쎈 천재였다. 그는 오랫동안 획득 형질의 유전에 심취해있었고,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는 호기롭게 본인의 이론을 증명해줄 500명의 실험체들을 모아 연구하기 시작한다. 오갈곳이 없던 어린 고아들이 보호의 이름 아래에서 실험체가 되어 목숨을 잃어갔다. 하지만, 실험체들은 실험인지도 모르고 고통을 견뎌내야 했고, 그의 이론은 단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그는 증명해내지도 못했다. 그 쯤에서 본인 틀렸음을 인정하고 실험을 멈추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리센코는 끝까지 본인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고 점점 더 악마가 되어간다. 그의 실험은 점점 더 비윤리적으로 악독해졌고 실험체들은 죽어나갔다. 그래도 리센코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저 시간이 부족할 뿐이라 생각했다.

사실, 우생학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맞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떠한 이론과 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떠들며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며, 권력이 있는 자들은 그것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리센코가 실험 도중에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실험자들 속에 섞인 열성인자때문에 실험이 실패했다고 여기지 않았다면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의 유전학>의 표지를 보고, 연쇄살인마의 아들이 아버지의 살인 유전자를 받아 아버지보다 더 잔인한 살인자가 된다는 이야기일 줄 알았다. 뭐, 아버지보다 잔인한 사람이 나오기는 한다. 그보다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미친 광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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