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톨스토이, 스탕달, 프루스트와 비견되는 작가인 안드레이 마킨의 '어느 삶의 음악'. 당연하게도 베토벤같이 비극적인 삶을 산 어느 음악가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음악가의 삶이 아닌, 모든 것을 잃어야 했던 (음악마저도) 비운의 한남자의 이야기었다.

나는 모스크바로 가기위해 기차를 타려한다. 거센 추위와 험한 날씨로 기차는 여섯시간 연착된다. 대합실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한쪽에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위한 매춘부와 군인들이 우글거린다. 나는 그들을 보며 '호모 소비에티쿠스'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무엇인가?. 아마도 게으른, 모든 것을 되대로되라라는 식으로 여기는 사람들인가?.

혼잡스런 대합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 나는 뭐에 홀린 듯 음악소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볼 품없는 피아노 앞에 앉은 볼품없는 노인을 발견하게 된다. '알렉세이 베르그'였다.

알렉세이는 곧 연주회를 앞두고 있었다. 연주회를 준비하며 설레이는 시간을 보내도 모자른데, 알렉세이는 모든 것을 잃어야 했다. 끊이지 않는 전쟁과 공포정치때문이었다. 알렉세이는 수용소에 가지 않기위해 이모네 집으로 피신을 간다. 하지만 습격이 일어나고...또다시 전쟁때문에 이모네 가족을 잃어야했다. 진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살기위해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헤집고 다닌다. 본인과 닮은 사람을 찾아 신분을 뺏앗아 자유와 안전을 얻기위함이었다.

모순.
자유를 얻고 싶었지만, 군인으로 전쟁에 나가했고 이마에서 관자놀이까지 이어지는 흉터를 얻었다. 안전해지기를 원했지만, 언제 신분이 탄로날지 몰라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피아노마저도 모르는 척 했어야 했다. 전쟁이 끝났을 때는 신분때문에 부모님을 찾을수도 없었다. 계속해서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 했다. 수용소에 잡혀가지 않도록.

'비둘기들의 왈츠'.
알렉세이는 자기 자신을 다잡으며 연기를 하며, 많은 것을 잃고, 포기했지만...결국에 피아노 앞에서 울분을 토했다. 자신을 비웃는 군인들 앞에서, 다른 사람과 약혼하는 사랑하는 여인 스텔라 앞에서 모든 울분과 억울함이 터져나오 듯이. 연주회를 앞두고 부모님이 체포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체포될까 걱정되어 도망친 알렉세이는, 남의 신분을 훔쳐 연기하며 도망다닌 알렉세이는, 결국에는 그렇게 피아노 앞에서 무너지고야 만다. 알렉세이도 '호모 소비에티쿠스'였던 것이다.

'어느 삶의 음악'은 경이로운 작품이다. 128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이지만, 마치 영화를 보듯이 매순간 매순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깊은 여운까지 남기는 책이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드레이 마킨은 러시아에서 대학까지 공부 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프랑스로 망명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읽는 도중 자선적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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