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SF 소설의 세계적인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은 SF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만큼 문학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소설이다. 일단, '웰스'라는 이름에 눈길이 갔다. 나의 최애 작가인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죽음' 시리즈에 나온 주인공 이름과 같아서. 베르나르베르베르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존경하는 SF작가의 이름을 따와서 '죽음' 시리즈의 주인공 이름을 지었다고 했었다. 그 웰스가 이 웰스인가 싶어서 더 흥미로웠다. '투명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도 흥미로웠다.

만약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상상도 못할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은행을 털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쫒아다니고, 평소 싫어하던 사람을 괴롭히고 등등 범법 행위지만 하루하루가 스릴이 넘칠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것이다. 투명인간은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도 없고, 돈은 항상 훔쳐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이유없이 쫒기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잡혀가서 온갖 과학실험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

그리핑마을의 홀 부인의 '역마차'에 수상한 이방인이 들어온다. 그 이방인은 넉넉한 요금을 지불하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숨겼고,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간혹 무례하기도 하다. 이방인은 그 무례함때문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좀 더 현명하고 똑똑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을까 싶었다. 투명인간 그리핀은 매사에 짜증을 내고, 항상 화가 나있으며 예민했다. 조금만 더 매너가 있었다면,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지 않았을까 싶었다.

투명인간이 되는 일은 재미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리핀을 보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리핀은 주변에게는 항상 놀라움이되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배고품과 추위에 허덕여야 했다. 항상 도움을 청하지만 배신을 당한다.

투명인간에 관심이 많던 그리핀은 모든 업적을 가지기위해 지도교수와 다름 과학자들을 따돌린다. 그리핀은 아버지의 유산으로 작은방을 얻어 실험을 계속한다. 미치광이같은 그의 실험은 결국 성공한다. 하지만 그 실험은 명성을 가져다 주기는 커녕, 불안한 삶과 비참함을 주었을 뿐이었다. 그리핀의 예민함과 무례함은 투명인간이 되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과도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원래 성격인 듯 싶다. 그리핀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투명인간'은 멍청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고뇌하고 싶다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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