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항상 책표지를 보고 읽을까, 말까를 결정한다. 표지가 흥미롭지 않으면, 끌리지 않으면, 손이 가질 않으니까. 이번에 새롭게 나온 책도둑 합본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저승사자의 책을 훔치는 내용이겠지하고선 읽게 된 책이다.

'책도둑'은 두꺼워서 읽기 부담스웠다. 초반의 난해한 이야기 전개에 읽기를 포기할 뻔 하기도 했다. 이 때 포기했다면 후회할 뻔 했다. 에필로그만 지나면 술술 읽히고 흥미로워진다. 특히, 리젤이 시장부인의 서재에 들어갔을때, 리젤이 책한권 한권의 척추를 쓰다듬고 미끄러지는 소리는 마치 악기 소리같았다는 표현을 볼 때는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죽음의 눈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지.

혹여나 책두께에 지레 겁이나 읽기를 포기한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책도둑은 세련되고 매력적인 문체를 느끼고 싶다면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책도둑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책이라고 한다. 그런 책을 나만 안 읽으면 서운하지.



어느날, 리젤 메밍거이라는 소녀가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힘멜거리의 후버만부부에게로 간다. 그 소녀는 힘멜거리로 오던 중에, 기차 안에서 남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남동생이 언 땅에 묻힐때, 그녀는 책도둑이 되었다. '무덤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를 훔친 것이었다. 책도둑은 죽음도 불행도 아니였다. 책도둑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인 소녀 '리젤 메밍거'였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책을 훔친 소녀, '리젤 메밍거'. '책도둑'은 리젤 메밍거의 성장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속에서도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였다.



책도둑을 읽는 도중 '안네의 일기', '인생은 아름다워' 등 유대인의 눈으로 본 나치시대 이야기 생각났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살며, 가상의 친구 키티를 만들어 외로움을 달래던 소녀 '안네'와 유태인 수용소에서 어린 아들을 지키려고 거짓말을 하며 고군분투 했던 '귀도'의 모습이 생각났다. 리젤에게서 안네의 모습이, 한스에게서는 귀도의 모습이 생각났다. '안네의 일기', '인생은 아름다워'을 볼 때, 어린 마음에 독일인들을 얼마나 욕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유대인을 압박하고 핍박한 독일인 모두가 나쁘다고 생각하였는데, 히틀러의 망상에 동조하고 유대인을 괴롭힌 독일인도 있었겠지만, 유대인의 친구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니면 그냥 배고픈 사람들이었거나. 그들 모두를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기위해, 굶지 않기위해, 가족을 지키기위해 히틀러에게 동조하는 척했을 뿐이지 않을까, 유대인과 나치에 관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히틀러는 유대인뿐만 아니고 평범한 독일인들까지 괴롭힌거다. 히틀러가 나쁜거고, 불행을 몰고 온 거다.



리젤은 글자를 사랑하는 소녀였다. 책도둑은 어른들의 어리석은 이념들과 상관없이, 그저 읽고 싶어서 불구덩이에서 유대인 이야기책을 훔쳤고, 한스가 담배와 바꾸어 선물해 준 책에서는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고, 비밀 친구 막스가 준 검은책에서는 막스와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리젤에게 책은 사랑이자 안식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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