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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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아 작가님의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제주4·3평화문학상이 제9회를 맞아 3년 만에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밤이여 오라'는 국가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그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분투를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밤이여 오라'는 처음 첫장을 읽고 분위기가 어두워 보여 읽기를 주저하였다. 하지만 마르코의 등장으로 분위가 환기되었고 흥미가 생겼다. 주인공 '한나'에게 몰입하여 억울함에 잠시 책을 내려놓고 숨을 돌려야 했지.

마르코는 작가다. 독일말로 글을 쓴다. 그리고 한나는 번역가이다. 잠시 독일에서 유학을 했었지만, 독일말보다 영어가 편한 한국인 번역가이다. 마르코는 넉살좋게 자기 책을 번역한, 포럼에서 만난 한나를 자기집에 초대한다.

한나는 마르코의 뒷모습에서 옛 연인인 '기태'를 본다. 사실, 안나의 진짜 이름은 '변이숙'이다. 할아버지때부터 '빨갱이'라는 낙인찍힌 한나의 모든 가족은 사는 게 만만치 않았다. '차별과 학대' 속에서 가족들은 산산조각났고 한나는 모든 것을 잃는다. 뭐, 그런 '차별과 학대' 속에서 살아온 시간을 보면, 언제라도 산산조각이 났을테지. 어떻게서든 과거와 분리되고 싶었던, 지금을 살고 싶었던 한나는 이름을 바꾸고 유학생활을 한다. 그리고 만난다. 기태를.

한나는 기태와 언제부터인지 모를 사랑에 빠진다. 기태가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때, 잡았으면 좋았을텐데. 한국에 잠깐 다녀온다던 기태는 연락이 두절되고, 기태를 찾으러 온 한나는 안기부로 끌려간다. 아니, 한나는 한국에 오지 말았어야해. 한나는 어이없는, 말도 안되는 모함에 휩쓸린다. 이름을 바꿨다는 이유로, 기태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한나는 진짜 모든 걸 잃었다. 희망따윈 없다. 오로지 남은 절망뿐. 너무 어이가 없고 억지스러워서 화도 안 날지경이었지.

안기부에서 한나가 겪는 일들을 보면서 영화 '1987', '남산의 부장들'이 생각났다. 안기부에 잡혀가 물고문, 전기고문을 받다가 치사하신 박종철 열사가 생각났다. 조국이란 이름의 잔혹한 폭력에 짓밟힌 무고한 사람들.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는 사람들.

그후 이명과 정신착란, 악몽에 시달린 한나는 한국을 떠난다. 악몽같은 20여년을 보낸 후에. 자신이 번역한 넉살좋은 마르코의 초대를 받은 한나는 '발칸반도'로 여행을 간다.

이성아 작가님은 아마도 '밤이여 오라'에서 이 뼈아픈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역사를 잊지 말자가 아니 현재에도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으니 긴장하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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