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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은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을 쓴 일본 여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이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리던 에쿠니 가오리는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에서는 열일곱 살 여고생들의 감정을 섬세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일본소설은 '호러물'말고는 볼 거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열일곱살 여고생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을 읽어보니, 소녀들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묘사, 아름다웠다.
여섯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학생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의미를 규정할 수 없는 순간들과 소소한 경험들 속에서 자라나는 열일곱 살의 성장통을,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세련된 화법으로 들려준다. 상적이면서도 개인에게는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열일곱 살 학생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때로는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가락'.
'기쿠코'는 외롭다. 엄마와 살고있는 기쿠코는 아빠와는 떨어져서 살고 있다. 아빠가 자주 들여다 보기는 하지만 기쿠코는 아빠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무래도 기쿠코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한 것 같다. 그런 기쿠코는 지하철에서 '치한'을 만난다. 이쁘고 매력적인 여자 치한을. 그리고 자기가 '불감증'이라고 말한다. 과연 열일곱살 소녀가 '불감증'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을까. '불감증'은 열일곱살 소녀의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니였을까.
'초록 고양이'
에미는 어느날부턴가 이상해졌다. 에미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말이 없다 싶으면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교복이 더럽지 않은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개미를 밟지 않으려고 하루종일 땅만 보고 다니거나 하얀색 음식만을 먹으려고 한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검정 알갱이가 들어있으면 안될 정도로 하얀 음식만 먹으려고 한다. '모에'는 그런 에미를 멀리 하지 않는다. 에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지만 비난하지 않는다. 끝까지 에미가 아니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책을 끝까지 읽고 책 제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한 때 느낀 외로움이나 우정 등은 시간 속에서 기억속에서 사라질 것들이다. 지금이야 감정에 무뎌졌는지 사소한 감정들로 치부해버리고 빨리 잊으려하는 경향이 있지. 그래서 진짜 소중하고 간직해야하는 것들도 빨리 잊어버리는 것 아닌가.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그 소중한 감정을 그 사소한 감정을 잠깐이나마 기억하고 간직하는 것이 중요할지도. 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그냥 사라지게 냅두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