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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중국은 우리에게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미세먼지나 황사에서부터 심지어 코로나19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도 예외없이 영향을 받았다.
아무래도 중국은 우리나라와 지정학적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나라이다보니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어왔고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나 제도, 사상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국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인의 머릿속에 뿌리 박혀 있는 그들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다.
이 책은 표지에 적힌 부제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 제국까지”와 같이 중국의 고대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고등학교때부터 중국 사상과 역사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을 두루 섭렵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논어에 나오는 글귀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를 몸소 체득했다고 한다.
한중일 세라믹 전문위원, KCB 인터내셔널 대표 등을 역임하였고, 중국 강소성 하이안시 한국투자유치 대표를 맡았다고 한다.

이 책은 13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제일 먼저 중국의 기원인 전설이나 신화를, 그리고 중국 역사상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라 할 수 있는 요순시대를 다룬다.
다음으로 중국의 전통성을 세운 주나라에 대해서 다루며, 춘추시대, 특히 관중을 중심으로 다룬다.
‘오월동주’라는 사자성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공자의 제자 자공의 외교력에 대해, 그리고 ‘합종연횡’이라는 전략의 유래와 어떠한 결과 끝났는지를 다룬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황제 진시황과, ‘사면초가’라는 사자성어의 주인공인 항우의 이야기, 그리고 우유부단함으로 천하를 얻을 기회를 놓친 한신, ‘중화사상’의 기초가 된 한나라까지 흥미진지한 주제를 저자는 쉽게 풀어준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빠진 한나라에 충고를 하는 가의, 끝을 중국을 1,000여년 동안 괴롭히고 생존해온 오랑캐 흉노족에 대해서 다룬다.

‘적재적소’라는 사자성어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아는가?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포지션(자리)에 배치한다는 의미인데, 순 임금은 9년간 치수에 실패하여 처형당한 곤의 아들 우에게 다시 치수를 맡긴다. 우는 부친의 실패를 교훈 삼아 13년 동안 한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여 치수 뿐만 아니라 국토를 잘 관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순 임금의 후계자가 되었다고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순 임금이 우에게 치수를 맡겨 태평성대를 이룬 것은 능력있는 적임자를 적합한 자리에 적절한 시기에 임명하여 맡겼디 때문이다. 모든 일이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내가 말단 사원이 아니라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주역에서는 이를 아래와 같이 풀이한다고 한다.
변할 때가 있으며 (시변)
쓰일 때가 있고 (시용)
행동할 때가 있으니 (시행)
이것들을 모두 어우러져 때에 맞게 함을 이른 것이다 (시중)
솔직히 위의 말로는 도무지 와닿지가 않는다. 하지만 관중은 ‘때’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자연의 섭리에서 예를 들었다고 한다.
“봄에는 새로 나온 싱싱한 채소를 먹고,
여름에는 그늘진 서늘한 곳에서 지내며,
가을에는 잘 익은 과일을 먹고,
겨울에는 불을 때며 따뜻하게 산다.”
200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참 와닿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옛부터 비단을 가장 좋은 옷감으로 여겼고, 주요한 생산물 하나였다. 그리고 비단은 누에고치에서 추출하는데, 누에가 뽕나무에서 자란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옛부터 뽕나무 밭에서 애정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뽕나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뽕나무 소유권 때문에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와 초나라 간에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다고 한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비싼 생산물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불가피한 것 같다.
춘추전국시대의 여러 일화 중 월나라 범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범려는 구천과 작별하고 제나라, 도나라, 진나라로 지역을 옮기며 장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가 추진했던 사업은 요즘으로 치면 철저하게 현지화와 브랜화를 통해 다른 상품들과 차별화한 것이었다. 2,500여년 전에 이러한 발상을 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그는 수만금의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합종연횡’은 소진과 장의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낸 정책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7개 국가들이 분열하여 진나라는 한나라 합병을 시작으로, 조나라, 위나라, 초나라와 연나라를 계속해서 멸망시켰다. 그리고 진나라는 합종을 주장했던 제나라까지 멸망시킴으로써 중국을 통일시켰는데, 그 통일을 이루어낸 황제가 진나라의 진시황이다.
진시황하면 적지 않는 사람들은 ‘불로초’를 생각한다. 하지만 진시황은 이보다 유학 관련 서적을 모두 불태우고 모든 유학자를 생매장시켜 몰살시킨 ‘분서유갱’ 사건으로 더 유명하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아는 <시경>이나 <서경>의 내용은 그때 책들이 소실되어 민간에 일부 남아 있던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시황은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천하를 통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고나서는 진나라가 멸망하고 만다.
중국이 왜 ‘차이나’라고 외국인들에게 불리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를 인도의 승려들은 ‘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원전 1300년경에도 은나라를 ‘치나’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쨌든 ‘진’나라가 ‘친’, 그리고 ‘친’이 ‘차이나’로 불리게 된 것이다.
“우유부단은 일을 그르친다”라는 말은 전국시대에 한신이 천하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 한고조 유방을 배신하지 않아 결국 ‘토사구팽’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지만 과연 한신은 자신의 부하였던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아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걸까?
저자는 유방과 한신의 차이점을 달리 설명한다. 유방은 여러 장수들을 거느렸으나, 한신은 따르는 장수들이 몇 명되지 않았고, 병사의 수만 많으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그릇의 크기가 결국 유방을 황제로 만들고 한신은 결국 죽음으로 결말을 맺은게 아닐까?
‘실크로드’는 인류가 만든 여러 길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길 중 하나라고 한다. 중국(당시 한나라)의 비단과 차 등을 중앙아시아, 중동 그리고 먼 유럽으로까지 전파하는 역활을 하였다. 당시 중국과 교류하는 국가의 수가 50여개에 달했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 당시 서역의 문물과 문화, 지식 등을 중국에 소개한 사람은 장건으로, 그가 전한 문물과 소식으로 인해 중국인들의 시야가 넓어졌고, 결국 이러한 노력들이 중국과 서방과 통하는 실크로드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중국 역사 중에서도 고대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중국 고대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책 중간 중간에 있는 “Side Story”는 평소에 궁금했던 중국과 관련된 내용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중국의 고대 역사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과 중국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