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평점 :
모성은 위대하다고 한다. 인간의 모성도 그렇지만 동물 또한 모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성은 본능일까?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모성은 출산 후 프로락틴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겨난다고 한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실험에서 입증된 사실이지만, 암컷 생쥐의 뇌에서 프로락틴 수용체를 제거하자 정상적으로 임신하고 새끼를 낳았지만 24시간 안에 새끼들을 내팽개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책은 투다 에리카 주연의 영화 <모성>의 원작이자 1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모성’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결혼 후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2007년 <성직자>라는 단편을 발표하고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고백>이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하였는데, 일본에서만 350만부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세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에도 <야행관람차>, <N을 위하여>, <조각들>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였고, 이 책 <모성>은 2013년에 발표하였는데, 이 책도 100만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였다.

이 소설의 시작은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파격적이다.
주인공 중 1인이어야 할 딸(17세 여고생)이 공영주택 4층에서 추락사를 당하고 응급실로 실려갔다. 자살을 시도한 여학생은 학교에서 성실하였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두터웠으며, 특별한 고민도 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여고생의 엄마 또한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정말 애지중지 키웠다고 진술한다.
여고생이 추락한 것은 사고일까 자살을 시도한 것일까?

소설은 사고가 난 여고생의 엄마의 과거 회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의 회상은 결혼 전 아이의 아빠 타도코르를 처음 만났을 때에서 시작한다. 아이의 아빠는 세 번째 데이트 때 아이의 엄마에게 프로포를 하고,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지지하여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주인공인 아이의 엄마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였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어머니야말로 나의 태양입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같은 전업주부가 되고 싶어 결혼 후 직장도 그만둔다.
그녀는 결혼 후 반년 정도 지나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을 하게 된 그녀를 그녀의 어머니는 안심시키는데, 그녀를 안심시키는 어머니의 말빨(?)에 놀라울 뿐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음으로써 역사 속에 점이 아닌 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된거야. 이 정도로 멋지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라고 그녀를 설득하는데, 아마 이 말에 설득되지 않을 딸은 없을 것 같다.
주인공인 엄마는 딸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날에 어머니의 사랑으로 충만해졌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날 이후 그녀의 불행은 시작된다.
딸아이는 영특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딸아이를 사랑하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그녀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딸의 관점에서 소설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딸은 꿈같은 집에서 살아왔는데, 왜 돌연 사망한 것일까?
딸은 주변 사람, 어른들의 반응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아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고등학생이 되는데, 그녀의 머릿속에는 “융서받는다 = 사랑받는다”라는 공식이 뿌리박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은 평범한 생활이 8할,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2할로 구성되어 있다. 딸에게 그녀의 존재는 엄마가 꿈꾸는 행복이라는 그림에서 일부분, 소품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11년 전 태풍이 불고 산사태가 일어나고 집이 불타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셋다 살아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엄마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할지, 딸을 구할지 망설이는데 그녀의 엄마는 그녀에게 말한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부터 구해야지”
여기서 우리는 할머니의 모성을 느낄 수 있는데,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손녀를 구하고자 할머니의 숭고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아이의 엄마가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딸아이는 자신의 회상을 독자에게 말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야기는 딸의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딸의 고모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경찰은 딸아이의 유서를 찾지 못하였으나, 딸의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던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엄마, 용서해주세요”라는 글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 글을 보고 혹자는 이 문장이 유서라고 하는데, 과연 딸이 엄마에게 용서를 해달라고 적은 글귀가 유서일까? 그리고 그 문장이 엄마가 딸을 죽였다는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의 하단부에서는 딸아이가 자신 때문에 태풍으로 자신의 집이 불탔을 때 외할머니가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로인해 무척 심적으로 괴로워한다.
엄마는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고, 또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사고로 자신의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게 되자 달라진다.
할머니가 죽고 나자 갈등하는 딸과 엄마. 과연 모성에 뒤틀린 건 딸인가? 아니면 엄마인가?
결국 모성애를 발휘하여 자신의 희생으로 손녀를 구한 할머니의 선택이 오히려 비극을 낳은 것은 아닐까?

엎친데 덥친 격으로 딸의 아빠는 대학때 만나던 여성 히토미와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태풍으로 언덕집에 불이 났을 때 그림부터 챙겼고, 그래서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에 현실을 도피하고자 달아난 것이다.
자기 편한데로 현실을 도피한 아빠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결국 아빠는 15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듬해 딸은 결혼하면서 집을 나간다.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엄마의 관점에서 시작해서 딸의 관점으로 막을 내리는데, 딸은 엄마로부터 사랑과 평온을 느낀다. 마치 엄마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평온,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 적혀 있는 문장이 여운으로 남는다.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럼에도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가 딸이며, 자신이 갈구했던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
어쩌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모성은 바로 이게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