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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는 “The Art of Memoir”인데, 사실 memoir의 의미는 회고록이란 뜻으로, 원제목을 직역하면 “회고록 작성의 기술” 정도 되겠다. 실제로 책의 앞부분 ‘이 책을 펴내며’에서도 옮긴이도 “작가 메리 카가 알려주는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끌리는 점은 미국 아마존과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이고, 이미 국내에도 과거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는데, 다시금 출판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시대를 초월하여 적지 않은 독자들가 사랑을 받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쓰기나 자신의 경험을 모은 전자책 쓰기 열풍에 이 책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리라는 기대감에 책을 열어본다.

저자는 시라큐스대 영문과 교수다. 그녀가 쓴 어릴적 이야기 인생록인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은 출간 후 1년 넘게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이후에 출간한 <체리>, <리트>도 연이어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특히 이 책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미국에서 30여년 동안 저자가 대학에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1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와 2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공감되었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독하게 강렬한 경험을 할 때면 오로지 감정만 뚜렷하게 새겨지고 나머지 측면은 흐리멍덩한 그림자로 남을 때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흐리멍덩한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사실이다.”
이 문장은 공감이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찬성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강렬한 경험이 기억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점은 누구나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렬하지 못했던 흐리멍덩한 그림자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강렬하지 못했고 평범한 이벤트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평범하고 무관념한 사건까지 기억하려 한다면 나의 두뇌는 저장용량 초과라 터져버릴지 모르겠다.
저자는 인생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면 10가지 과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10가지 과제 모두를 이 글에서 소개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 나름 인상적인 것 하나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절대로 남에게 사과할 줄 모르고 자기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고집쟁이는 지혜로운 영혼이 잡아끄는 순간에 깊은 진술을 알아볼 수 없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주변에 보면 간혹 사과를 안하거나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는 꼰대(?)를 보곤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만일 내가 저자가 말한 그런 사람(?)이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말인가?
저자가 아닌 제임스 우드가 한 말을 책속에 인용하였지만, “삶은 한층 잘 읽어낸다는 것은, 삶의 구체성을 더 잘 알아차리는 일에 달려있다.”라는 말은 무척 인상 깊었다. 결국 구체적으로 쓰는 것,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저자는 “화려한 거짓보다 소박한 진실이 힘이 세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결국 논픽션 장르의 글을 쓸 때 거짓말로 화려한 글을 쓰지 말라고 이해하고 싶다. 논픽션이 거짓말로 가득차 있다면, 그 글은 픽션이 아니겠는가?
책 속에 “가족은 서로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로라 설리먼의 말을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친구나 지인, 애인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이에 반해 가족에게는 이와는 반대로 좋은 모습보다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어쩌면 훨씬 더 많이 보여주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다른 문장은 “훌륭한 작가와 훌륭한 기자는 거짓의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시종일관 거짓이 아닌 진실을 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진솔한 목소리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휘 선택과 구문에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독자가 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말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진솔함을 갖기 위해서는 글에서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에 관한 일부 결정적 사실들을 반드시 숨기거나 부정해야 한다는 은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라고 말하는데, 솔직히 나 역시도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다소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족에게조차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지는 몰라도 진실을 모두 밝히기에는 꺼림직하다. 왜냐면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데,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약점이나 추한 면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모든 작가에게는 두 가지 자아가 필요한데, 글을 생산하는 자아와 편집하는 자아라고 말한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저자들에게 많이 들은 얘기인데,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쓴 글을 편집, 즉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옮긴이 분(아님 편집자)께서 나름 자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하거나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을 밑줄치고 색상 또한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으로 표시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누군가는 밑줄치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번 읽었던 내용도 책장을 넘기기 전에 다시 한번 밑줄치고 파란색으로 된 부분을 읽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되씹을 수 있었다.
저자는 “평범한 경험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숨기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대면하고, 타인과 깊이 공감하려는 태고, 그 위에서 오직 나만이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는 진실의 언어를 찾을 때, 삶의 모든 순간이 반짝이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끝으로, 저자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하는 ‘삶의 모든 순간을 빛나게 하는 진실한 글쓰기 기술’을 소개하면 글을 맺는다.
부제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과 같이 ‘경험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은 소설이나 자기계발서보다는 자서전을 쓰거나 시, 수필을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서 도움도 많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