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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내공 - 인생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
조용헌 지음 / 생각정원 / 2024년 2월
평점 :
우리는 오랜기간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에게 내공이 높다고 말한다. ‘내공’은 소싯적에 읽던 무협지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단어였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특정 분야나 업무에서 경험과 연륜이 상당한 경지에 오른 경우 상당한 내공을 지녔다고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의 유명한 동양학자 중 한 분인 조용헌 교수의 ‘내공’이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공’은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적으로 조용헌 교수의 글이나 책을 흠모하는 터라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동서양 고전과 역사서를 섭렵한 국내에서 상당히 유명한 동양학자로, 현재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사주명리학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저서로는 <조용헌의 인생독법>,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의 영지순례>,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등이 있다.
이 책은 각각의 소제목에 따라 2페이지 분량의 칼럼을 모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소제목을 다시 소주제로 모아 총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관점이 내공이다’
“한 생각이 운명을 바꾼다”라는 주제로, ‘홍수에 떠내려오는 소’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우생마사’라는 사자성어가 있지만, 잔잔한 강이나 호수에서는 말이나 소나 둘다 잘 헤엄쳐 살아나오지만, 홍수가 났을 때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가려다 힘이 빠져 죽고,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기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회사에서 최근 대대적인 인사와 숙청(?)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말이 아닌 소의 지혜를 배워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재미난 소주제는 ‘인생청구서’였다. 누가 인생은 돌고 돌며, 공짜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돈, 인기, 권력, 이 세 가지가 내 손에 들어올 때는 반드시 그 이면에서 청구서가 붙어온다고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여기서 말하는 청구서는 전방위적인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공격이 가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 또한 돈과 권력(솔직히 ‘인기’는 없었다)이 들어오니 얼마 뒤 (정확히는 1년이다) 청구서가 날라왔다. 그냥 내가 잘난 줄만 알아서 영원히 이어질 줄 알고 개인적으로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고, 결국 돈도 그렇지만 권력 또한 잃었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과연 그 청구서를 대비할 수 있었을까?
2장 ‘사람에게 기대다’
이장은 “다른 인생이 나에게 복을 불러온다”라는 주제에 관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의 40~50대라면 홍성대씨가 쓴 <수학의 정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해방 이후 책을 써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이 홍성대씨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적지 않은 국내 부자들은 교육사업에 투자하였다고 한다. 왜 부자들은 교육에 투자하였을까? 아마 그 이유는 교육이야 말로 가난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흙수저로 태어나도 배움을 통해 충분히 자수성가 부자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람들이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은 비싸다. 그래서 명품은 세일하지 않는다. 물론 세일하는 명품 브랜드도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소위 찐명품은 오히려 가격을 올린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 문화재로 애국한 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간송 전형필씨라고 한다. 지금은 삼성이나 현대, LG, SK 등의 재벌이 있지만, 일제 때 조선 부자 중 한 사람이 간송이라고 한다. 그는 논을 팔아 고려청자와 같은 문화재를 사모았다고 한다.
어쩌면 그가 아니였으면 우리는 지금쯤 런던 박물관이나 파리 박물관, 뉴욕 박물관에 가서 우리나라 문화재를 구경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3장 ‘밝은 곳으로 가라’
“공간이 정신을 바꾼다”라는 주제다.
“용서는 하지만 잊지 않는다(Forgive without forgetting)” 남아공의 위대한 정치가 넬슨 만델라가 한 말이다. 그는 27년이나 옥살이를 하였는데, 정권을 잡고도 백인들에게 보복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나 그 아들, 형님이 옥살이를 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그의 이러한 정치 철학은 다름 아닌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있는 테이블 마운틴에서 온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테이블 마운틴은 정산이 평탄한데, 그 길이가 무려 3.2km나 된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틀릴 수도 있지만, 어쩌면 27년간 테이블 마운틴을 보고 지낸 만델라라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장 ‘축적된 시간에 귀 기울이다’
“오래된 것들에는 견뎌온 힘이 있다”
차례(차를 마실 때 예의)가 우리나라 전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차례는 일본에 그 전통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차례는 어떤게 된걸까? 차 대신에 조선시대에 유교가 흥하면서 <온주법>이 전해졌다고 한다. 이 책에는 무려 57가지 종류의 술을 만드는 법을 기록해 놓았다고 하니 가히 놀랄만 하다.
왜 그렇게 조선시대에는 술, 즉 주례를 중시한걸까? 그것은 바로 양반가에서는 봉제사접빈객, 즉 제를 모시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술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하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우리 술하면 떠오르는게 막걸리 아니면 소주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무려 50가지가 넘는 술이 있었다고 하니 과연 조선은 주례를 중시한 나라였음에 틀림없다.
5장 ‘하늘의 뜻을 이해하다’
“신은 늘 다른 길을 열어둔다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중국의 지도자상은 ‘후흑’, 즉 낯가죽이 두껍고 마음은 시커메야 하는데, 이러한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철학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나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낯가죽이 얇고 마음이 여리거나 솔직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고, 설사 지도자가 되더라도 단명한다고 하는데, 나 또한 후흑학을 배우지 못해 단명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후흑학>이라는 책을 먼저 읽고 익혔더라면 작년에 사임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까?
저자는 새해는 4번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동지와 양력설, 음력설, 그리고 입춘, 이렇게 네 번이란다. 동지, 그리고 양력설과 음력설은 그렇다치고 왜 입춘까지 포함시킬까? 저자는 명리학에서 입춘부터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후론적 관점이라고 말한다.
작년에 별일들이 다 있었는데, 올해부터 나의 운세가 좋아진다고 한다. 벌써 음력설까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운세가 좋아진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사주명리학에서는 입춘부터 새해 첫날을 계산하기 때문인걸까?
6장 ‘이야기로 마음을 부드럽게 갈아두다’
“상상력으로 우리는 더 멀리, 더 높게, 더 깊이 산다”
언젠가 동물과 사람을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상상력의 차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현재에만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상상력은 중요하다.
얼마 전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구경하러 간 잠수정 타이탄 호가 침몰하여 그 안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놀랍게도 타이탄 호의 승객 5명은 모두 슈퍼리치였다고 하는데, 그들은 왜 그런 무모한(?) 여행은 한 걸까?
저자는 수조원의 부자라면 일반적인 오락이나 왠만한 자극으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더 센 자극을 찾다가 목숨을 거는 놀이를 찾게 되고, 더 멀리 더 높게 더 깊이 가다 못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7장 ‘산천에 내려놓다’
“자연은 좋은 인생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을 알려준다”
요즘 TV를 켜면 뉴스 외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 중에 2012년 8월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꽤나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등지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개개인의 사연이 있다.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가,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고 정말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어쩌면 늘상 일이나 학업 등에 치여 바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여유롭게 살고 있는 ‘자연인’이 부러워서 일 수도 있다.
저자는 “꽃이 마음 속에 들어와 자리 잡는다는 것은 내가 좀 한가해졌다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속에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들에 생각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출세’란 불교의 ‘출세간’이라는 어휘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출세간’은 “세상을 떠난다”라는 의미인데,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을 떠난다는 뜻은 바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는거다.
어쩌면 고려시대(불교가 국교로써 가장 융성하던 시기)에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니 세상만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인생의 4대 과목을 이수하기 전에 예비고사용으로 읽을 용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인생의 4대 과목’은 무엇일까? 바로 ‘감방’, ‘부도’, ‘이혼’, ‘암(cancer)’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감방’에 투옥(?)된 적은 없으나 면회를 가 본적은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펜데믹 때에는 인생의 ‘부도’에 이를 정도로 밑바닥까지 찍어봤다.
그리고 ‘이혼’은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 국가 중 1위에 달하는 명예(?)를 기록하고 있으니 나 또한 먼 미래,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이혼하거나 이혼당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암’.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2022년 기준) 생존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36.9%에 달한다고 한다. 전체 국민의 ⅓ 이상이 암에 걸린다는 통계에 비추어 보면, 나 또한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참 느낀 바가 많았다. 저자의 문장은 책뿐만 아니라 컬럼으로도 만나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느끼지는 거지만, 참 박학다식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새벽에 혼자 않아 한장 한장 읽지는 않았지만, 틈틈히 읽으면서 나의 상식과 혜안이 넓고 깊어지는 느낌을 주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책 표지에 적힌 것처럼 인생은 흐르는 데로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어쩌면 내가 스스로 채워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