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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롬 0~5세 아이놀자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6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제야 발견했을까? 하는..
책 제목이 ‘0~5세 아이놀자’인데 우리딸은 벌써 5세다. 첫째라 시행착오를 다 겪은 외동딸인 우리 오세 딸내미.
나는 소비육아로 아이를 키웠다. 어떻게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지 몰라 뽀통령과 카봇, 공룡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래서 우리 집은 장난감과 책이 넘쳐 난다. 그 책과 장난감 때문에 매일 정리가 안되고 집은 너저분한 상태다. 아이를 키우는 집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반 포기 상태다.
그런데 이책을 읽고 육아도 심플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심플하게 살자는 모토로 살았는데 육아 만큼은 그게 안되었다. 이 책을 읽고 방을 둘러보니 어느새 내 딸은 오세가 되었고 우리집 거실은 장난감과 각종 책, 미술 도구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
너무 길고 힘든 만 4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어질러진 방처럼 육아도 뒤죽 박죽 방치한 4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였다.
반성하는 마음도 잠시 내가 그렇게 키울 수 밖에 없었던 핑계거리를 찾아냈다. 육아가 쉽고 마음 먹은 대로 된다면 이 지경이 되진 않았을 텐데 육아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어려웠다.
저자도 자신의 환경에서 본인의 스타일로 아이를 키운 것이다. 모든 책은 해답이 아니라 가이드 라인이 될 뿐이다. 특히 육아 관련 책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인지 책(이론)과 육아(실제)는 연결시키기 정말 어려운 부분 인것 같다.
이렇게 반성과 자기 타협 사이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심플 육아를 적용 해 보기로 하였다.
1. 책은 책꽂이에, 장난감은 장난감통에
2. 나이에 맞지 않는 책과 장난감은 박스로 정리
3.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몇 가지만 배치, 책장 비우기.
4. 살림으로 놀아준다.
5. 재활용품을 손에 쥐어 준다.
6. 아이가 이것 저것 놀이를 진행 하는 대로 따라간다.
7. 놀다보면 혼자 논다. 그 때 눈 감고 쉬거나 잠시 내 할 일을 한다.
8. 티비에 전지를 붙인다.
9. 산책 나간다. 시장 구경한다.
10. 놀다 지치면 혼자 책을 보며 쉬게 한다.
10가지 내용은 책에서 뽑은 것도, 내가 발견한 것도 있다. 어쨌든 책을 읽고 바로 적용해 보았다. 티비를 안 보여주겠다고 하니 아이가 엄마를 무섭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게 뭔가 했더니 가장 크고 글자 많은 책을 꺼내 왔다. 무서웠다.
아이에게 어려울 것 같고 나도 재미 없을 것 같아 안 보여 줬던 지도 책을 갖고 왔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재미있었다. 아이 책이라 숨은 그림도 있고 미로도 있었다. 재미 없을 것 같은 책을 한 시간 넘게 보고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레 숨바꼭질로 이어졌다.
아이가 숨는 동안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왔는데 아이가 빨래 안에 숨었다. 나는 빨래를 개고 아이는 숨고.. 놀면서도 집안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숨바꼭질이 힘들었는지 혼자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글 못 읽는다.)
안될 것 같았는데 집안 일도 할 수 있었고 티비도 안봤고 혼자 책을 보기도 하였다. 없으면 없는대로, 아이는 놀이를 이끌어 나갔다.
엄마는 티비를 안 보여줘도 집안일을 할 수 있었고 아이도 엄마와 놀 수 있어 만족한 눈치다. 그리고 엄마한테 티비 없애버리라고 했다. 무서웠다. 그날 저녁 사실 내가 먼저 리모컨을 찾아 티비를 보여줬다. ㅠㅠ
역시 책은 가이드 라인일 뿐이다. 내 컨디션과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심플라이프의 의미와 심플육아를 되새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밖에 구체적인 사례와 사진으로 재활용과 산책 등, 어떻게 아이와 놀아 줄 수 있는지 연령별로 설명되어 있다. 연령별로 참고할 만한 책이 있으니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무조건 아이에게 맞춰 육아를 권하는 책은 아니다.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단순하게 놀기, 쉽게 치우기, 살림으로 놀며 소비육아를 지양 할 수 있게 만든다. 사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역시 살림, 산책 같은 거다.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엄마든, 아이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을 통해 아이의 창의성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