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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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사료를 바탕으로 허구를 써야 한다면 이렇게 써야 한다.
물론 이 책은 사료뿐 아니라 과학이론과 과학이 발견한 세계상까지 포괄한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몇몇 위대한 과학자들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였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고나면 그 위대한 이들의 정신도 인간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고통 받고 깨닫고 좌절하는 인간들.

미학적 문장과 과학 세계관의 독자적 해석을 결합한 소설들-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토마스 핀천의 <엔트로피>와 나란히 혹은 그들보다 앞에 나는 이 소설을 세우고 싶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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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완선의 인터뷰집 《우리는 sf를 좋아해》에서 김초엽과 심완선의 대화를 읽고 알게 된 sf평론집이다. 캐서린 헤일즈의 전작과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는 로쟈 서평을 읽고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닐 스티븐슨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내가 견디기 힘들어하는 남성향의 냄새가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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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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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다가 울었다. 추천사의 김미월의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그런데 눈은 울고 입은 웃었다. 내가 왜 이러나. 그러면서.

이건 소설인데 소설이 아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 알 수 있다. 허구의 요소가 있겠지만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빨치산 아버지, 혁명운동가 어머니,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현대사의 질곡을 지극히 비루하고 비근한 개인의 삶 속에서 버텨내야 했던 사람들.
무엇보다 화자가 살아있다. 이 화자는 건조한 서술이 현대소설이라 믿는 근래 소설들의 모든 화자들을 엿먹인다. 냉소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비겁한 지식인들의 방어기제인 것이다.

정지아. 이 이름을 앞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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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 부크크오리지널 6
김설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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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입소문 날 만한 소설입니다. 첫 장 펼치시면 끝까지 책을 못 놓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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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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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로랑과 베르제, 두 사람의 관계는 살균된 관계가 아니었고, 이 편지들도 살균된 글이 아니다. 그들의 믿음, 지지, 교감, 배신, 반목과 애증, 그럼에도 끝끝내 남은 그리움, 그 모든 것이 진짜 삶을 산 사람들, 진짜 사랑을 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그래서 아름답고 질투가 난다. 그들은 남들처럼 살기 위해 부부를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생로랑과 베르제였고, 생로랑의 베르제, 베르제의 생로랑이 되기를 매순간 선택했을 뿐이었다.

옮긴이 김유진은 옮긴이의 말을 "누군가의 연인으로 기억되는 삶"에 대한 언급으로 끝냈다. 그런가? 이 편지-작고 단정하며, 그 판형에 비해 기이하게 묵직한 이 책이 없었다면 그러했겠지. 그러나 그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연인으로 기억하는 삶'이 된 게 아닌가. 어쩌면 이 책이 없었더라도, 그는 이미 그러했을 것이다. 베르제가 없이는, 베르제 없는 이브 생 로랑으로는, 전혀 다른 결말에 다다랐을 터이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의 이브를 바라보았다. 책을 펼치기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감정이 휘몰아친다. 잠시 내가 베르제가 되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브라보, 무슈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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