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을 읽다가 울었다. 추천사의 김미월의 말이 과장은 아니었다. 그런데 눈은 울고 입은 웃었다. 내가 왜 이러나. 그러면서.이건 소설인데 소설이 아니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 알 수 있다. 허구의 요소가 있겠지만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빨치산 아버지, 혁명운동가 어머니,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현대사의 질곡을 지극히 비루하고 비근한 개인의 삶 속에서 버텨내야 했던 사람들. 무엇보다 화자가 살아있다. 이 화자는 건조한 서술이 현대소설이라 믿는 근래 소설들의 모든 화자들을 엿먹인다. 냉소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비겁한 지식인들의 방어기제인 것이다.정지아. 이 이름을 앞으로 사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