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 로랑과 베르제, 두 사람의 관계는 살균된 관계가 아니었고, 이 편지들도 살균된 글이 아니다. 그들의 믿음, 지지, 교감, 배신, 반목과 애증, 그럼에도 끝끝내 남은 그리움, 그 모든 것이 진짜 삶을 산 사람들, 진짜 사랑을 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그래서 아름답고 질투가 난다. 그들은 남들처럼 살기 위해 부부를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저 생로랑과 베르제였고, 생로랑의 베르제, 베르제의 생로랑이 되기를 매순간 선택했을 뿐이었다.

옮긴이 김유진은 옮긴이의 말을 "누군가의 연인으로 기억되는 삶"에 대한 언급으로 끝냈다. 그런가? 이 편지-작고 단정하며, 그 판형에 비해 기이하게 묵직한 이 책이 없었다면 그러했겠지. 그러나 그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연인으로 기억하는 삶'이 된 게 아닌가. 어쩌면 이 책이 없었더라도, 그는 이미 그러했을 것이다. 베르제가 없이는, 베르제 없는 이브 생 로랑으로는, 전혀 다른 결말에 다다랐을 터이니.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의 이브를 바라보았다. 책을 펼치기 전에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감정이 휘몰아친다. 잠시 내가 베르제가 되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브라보, 무슈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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