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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방구석 문화여행자를 위한 58가지 문화 패키지 여행
한민 지음 / 부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많은 나라가 있다.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역사, 문화,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다양성을 경험하는 것은 너무 설레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매일 여행하며 그 나라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대신 여행 관련 책을 읽거나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가보지 않은 곳은 미리 눈과 머리와 마음으로 경험하고
이미 가본 곳은 지나간 추억을 되살려 보기도 한다.
여행도 좋아하고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 나는
문화심리학자와 함께 하는 문화 패키지여행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방구석 문화여행자들을 위한 58가지 문화 패키지여행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차례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는 2부로 이야기가 나누어져 있다.
'1부 멀고도 낯선 세계 문화, 이방인의 마음'에서는
저자가 궁금해했던 다양한 문화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문화에 대한 정의와 생성,
그리고 각 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 문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자고 말하고 있다.
'2부 가깝고도 낯선 우리 문화, 한국인의 마음'에서는 한국인인 저자가 평소 궁금했던
한국 문화와 관습을 다루고 있다.
저자 스스로 공부를 많이, 열심히 하고 낸 책이라고 하니 내용이 더 기대가 된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다. 영화 300에 대한 이야기가 그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영화를 볼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알고 보는 영화 300의 진실은 놀라웠다.
오리엔탈리즘의 폐해 중 하나가 세계 모든 현상을 서방 중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영어 열풍도 그 원인이 되고 있는데, 우리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 보고 듣는 CNN, BBC, VOA 등이 과연 가치중립적인 방송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국의 입장에서 방송하다 보니 같은 사건이라도 두 나라의 방송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p. 51
여담으로, 페르시아라는 명칭도 서구 중심적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가 있던 '파르스'에서 유래했는데, 정작 그 나라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단 한 번도 페르시아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부르던 이름은 '이란'입니다.
'괜찮아요?'라는 말 한마디에서 파악되는 각 나라의 표현의 어원을 따져 보니
그 나라의 문화와 관련이 깊은 것 같다.
그래서 그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먼저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어원 외에도 한국인이 영어를 잘하기 힘든 이유 중 사고 체계의 차이의 실험도 꽤 흥미로웠다.
예전에 그 비슷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일리가 있지 않나 싶다.
언어에 관심이 있다 보니 이런 내용들은 더 재미있다.
좀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좀비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p.145
문화는 동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투사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좀비가 현대인들에게 이리도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 과연 사람들은 좀비물의 어떤 점에 공감하는 것일까요? ~
<워킹 데드>가 묘사하는 좀비로 뒤덮인 세상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인 것입니다. 풍요롭고 안전했던 사회에서 분리되어 당장의 배고픔을 걱정해야 하는 좀비는 경제 위기 - 또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직장에서 내몰려 가족과 이웃을 잃고 - 또는 포기하고 - 눈앞의 생존에 매달려야만 하는 현대인들을 상징합니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온 인종혐오나 요즘 들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개고기 논쟁,
우리가 노벨상을 왜 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문화적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내용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또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
p.376~377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지배'와 '양보'라는 갈등 해결 방식은 갑질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상대에게는 '지배'를, 자기보다 지위가 높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양보'를 사용하는 것이죠. 지배와 양보는 서로 이질적인 성격인 듯하지만 '상대방의 지위'가 이 둘 사이를 조절한다고 보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의 갈등 해결 방식입니다.
~
쉬운 말로 하면, 권위주의적 문화를 만드는 것은 '지위가 곧 그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요즘 미투 운동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사는 나라, 'melting pot'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한때 '이민자의 나라'라고 (지금은 삭제되었다지만...) 불릴 정도로 다양성을 가진 나라이지만
정작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살벌하게.
국경을 차단하고, 어떤 무역도 하지 않고 고립되어 살 수 없는 시대이며,
오히려 여행, 이민, 유학 등을 통해 교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열린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눈과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이처럼 다양성이 존재하는 시대에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물론 그런 다양성을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사 모두 부정하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잘 몰라서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 불편하고,
그래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인 상태에서는
작은 사건 하나가 혐오와 같은 감정을 촉발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게 보아서,
저자의 치약 이야기, 그리고 예전에 방송에서 모 연예인이 했던 치약 이야기가 있다.
결혼한 한 부부가 매번 치약으로 인해 싸움이 났다.
한 사람은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서 사용한다.
다른 한 사람은 불룩한 윗부분을 아무렇게나 눌러서 사용한다.
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밑에서 짜서 사용하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
두 사람은 이 문제만으로 수없이 싸움을 하고 냉전을 한다.
다른 사람이 보면 겨우 치약 아니냐고 그게 무슨 그렇게 큰 문제냐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한 나라,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이 사람들도 이렇게 치약 하나 가지고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하물며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과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치약 문제로 다툼을 일삼던 부부도
서로의 생활습관과 서로 달리 자라온 환경을 이해하고 결국 배려와 평화로움 속에 행복함을 찾아가듯
다른 문화권에 사는 이들과도
충분한 이해와 배려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JTBC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해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뉴스를 통해서 자극적인 내용만 듣고 편견을 가지고 그들의 문화를 판단한
나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판단 이전에, 먼저 그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끝날 때쯤 자히드라는 파키스탄 출신의 출연자가 한 말이 마음에 남았다.
IS 사건도 있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많이 받은 듯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한국에 대한 짝사랑이라고 표현했다.
p.16~17
문화란 이런 것입니다. 명확하게 한편이 옳거나 그르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서로가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고집할 뿐입니다.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익숙한 것을 옳다고 믿고 있을 뿐임을 깨달아야 치약 논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
다른 문화권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앎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다른 문화권에 대해 공부해둘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우리나라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 나라들에 대해 우리도 관심을 가져줘야 하지 않을까.
공부를 많이 했다는 저자가 스스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자신했던 이유가 있었다.
종종 등장하는 영화, 드라마 등의 예들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강의를 있다면 찾아 듣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

* 이 서평은 부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