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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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추천받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새로 출간된 '의식의 강'도 기대가 되었다.

'의식의 강'은 저자 올리버 색스 Oliver Sacks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남긴 책이다.  

 

그의 저서는 아직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 두 권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비슷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작품이 아님에도 문학작품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TV나 인터넷 할 거 없이 너무나 자극적이고 화나는 뉴스들 밖에 없어 답답했었는데

잠시 뉴스에서 멀어져 책을 읽으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오후 내내 따뜻한 햇살 받으며 책을 읽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봄 날씨와

봄의 이미지를 담은 책 표지마저

기분 좋은 책 

 

 

의식의 강 The River of Consciousness

 

차례

 

신경과 전문의이기도 했던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신경과학, 의학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했다고 한다.

그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쓴 글이 바로 '의식의 강'이다.

 

 

다윈에게 꽃의 의미는?

 

찰스 다윈의 달맞이꽃, 난초 등과 같은 식물 연구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종의 기원 출간 당시는 종교적인 문제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식물에 대해서는 전혀 태도가 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점을 이용해 식물 연구에 몰두했던 다윈.

다윈이 식물을 연구하면서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항상 기쁨이 넘쳐났다고 한다.


p.28

"자네는 내가 사랑하는 끈끈이주걱의 장점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끈끈이주걱은 경이로운 식물, 아니 매우 현명한 동물이라네. 나는 죽는 날까지 끈끈이주걱의 권리를 옹호할 작정이니 그리 알게."

 

이제 새싹 돋아나고 꽃 피는 봄이 왔으니

꽃과 나무를 볼 때면 다윈이 식물을 연구하며 느꼈을 그 기쁨이 생각날 것 같다.

저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을 읽다 보니

 저자가 이렇게 다방면으로 박식하게 된 그 시작점에는 저자의 어머니의 역할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p. 35~36

'영겁의 세월'이라는 개념과 '하나하나는 작고 지향성이 없지만, 축적되면 새로운 세상(엄청나게 풍부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힘은 중독성이 있었다. ~ 진화는 지금과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 즉 공룡이 아직도 지구를 배회할 수 있고, 인간이 아직 진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삶은 더욱 소중하고 경이로운 현재진행형 모험 ongoing adventure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것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우연 glorious accident이라고 불렀다)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삶은 고정되거나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변화와 새로운 경험에 늘 민감하다. 

 

 

스피드

 

올리버 색스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자의 기질이 다분했었나 보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을 실험해보고 공부해보고 했던 것 같다.

진짜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속도에 관심이 있었던 저자는 호기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원에 나가 동식물을 관찰하고, 무비카메라로 촬영도 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을 했다.

마약과 투렛 증후군, 파킨슨병 환자들의 시간과 속도에 대한 인지와 지각 부분이 흥미로웠다. 

마약 하는 사람들은 그런 극적인 하이라이트 장면들에 중독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지각력-식물과 하등동물의 정신세계 

 

바닷가에서 자라 수영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여름이면 부모님 댁에 가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는데

어느 날 잠수를 하다 문어와 마주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마주친 문어의 눈이 사람의 눈과 너무나 닮아 소름이 끼쳐 얼른 올라왔다고.

 

그런 문어가 상당히 똑똑하다고 한다.

지난 월드컵에서 승리팀을 맞췄던 점쟁이 문어 파울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p.87~88

곤충도 대단하지만, 무척추동물 중의 천재로 소문난 두족류(문어, 갑오징어, 오징어)의 경우에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먼저 그들의 신경계는 규모가 훨씬 커서, 문어는 5억 개의 신경세포를 뇌와 팔에 배분하고 있다(참고로, 생쥐의 경우 7,500만~1억 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문어의 뇌는 놀라울 정도로 조직화되어 있어, 수십 개의 독특한 기능을 발휘하는 뇌엽 lobe이 존재하며 포유류와 유사한 학습계와 기억계를 보유하고 있다.

 

 

 학습능력까지 있다니!

저자는 개犬에 못지않은 문어의 의식 또한 인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펼친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나름 다양한 수준의 정신을 발달시키거나 보유한 동물들 중 하나라는

저자의 말에 무엇이든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려 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몰랐던 프로이트-청년 신경학자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는 정신분석학자이기 이전에

1876년부터 1896년까지 근 20년 동안 주로 신경학자 겸 해부학자로 살았다고 한다.

그 시절 프로이트는 연구하고 생각한 내용들을 친구인 플리스하고만 공유를 했는데  

플리스에게 보낸 원고들도 되찾지 않았다.

그 원고들이 한참 뒤에 발견되어 출간되긴 했지만 그것마저 여러 개의 초고 중 일부일 뿐이라고 하니

만약 그 원고가 잘 보관되어 있었더라면

신경 분야에서 더 많은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다.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p. 133

일단 하나의 스토리나 기억이 구성되고 생생한 감각적 심상sensory imagery과 강력한 감정이 동반되면, 내적·심리적 방법inner, psychological way은 물론 외적·신경학적 방법outer, neurological way으로도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가 없다. ~

우리의 정신이나 뇌 속에 기억의 진실성(또는, 최소한 기억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존 여부)을 확인하는 메커니즘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역사적 진실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며, 진실에 대한 느낌이나 주장은 감각과 상상력에 동일하게 의존한다. ~  

 

가족이나 친구들과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같이 있었고, 같이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기억.

그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면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상황을 맞춰나가면서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경험자가 둘 뿐이라면 서로 아니라고 우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서로 앞뒤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한가 보다. 일기 열심히 써야지...

 

 

잘못 듣기

유난히 다른 사람의 말을 잘못 알아듣는 친구가 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넘어가 다들 그 친구에게 다시 이야기를 해준다.

가끔 친구들이 그런 친구를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개의치 않는다. ㅠㅠ

 

p.138~139

우리의 환경, 소망, 기대, 의식, 무의식이 잘못 듣기의 공범인 것은 분명하지만, 잘못 듣기의 실질적인 주범은 좀 더 낮은 수준, 즉 음운분석과 판독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존재한다. 만약 귀에서 왜곡되거나 불충분한 신호가 접수되면, 이 영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실질적인 단어나 구절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설사 내용 면에서는 터무니없는 말이 되더라도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저자의 말처럼 단어나 말을 잘못 알아듣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음악을 잘못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음악과 언어는 뇌 영역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다르다고 한다.

 

 

모방과 창조

이 장을 읽고 Lin이 요즘 놀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정말 스펀지같이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있는 중인데,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놀라는 중!

창의성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니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놀게 해줄까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항상성 유지

한때 나도 편두통으로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매번 찾아오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은 정말 끔찍했다.

오랜만에 보는 단어

교감신경 부문sympathetic part, 부교감신경 부문parasympathetic part

잊고 지냈던 단어들인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니 반갑다.

자율신경계인 이 두 부문은 평상시에 서로 엇갈리게 작동하는데,

이 두 부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편안하거나 정상이라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편두통이 찾아온다는 것은 이 두 부분의 조화가 깨져 생긴 증상 중 하나인 것 같다.

 

 

의식의 강

 

p.196~197

인간의식은 모든 개인의 의식에 주제적으로나 개인적인 연속성을 부여한다. 나는 7번가의 한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며,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바라본다. 나의 주의력과 집중력은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빨간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지나가는 모습, 한 남자가 재미있게 생긴 반려견을 데리고 가는 모습, 그리고 태양이 마침내 구름을 비집고 나오는 장면을 본다. ~ 이 모든 사건들은 잠시동안 내 주의를 끈다. 그런데 1,000가지 가증한 지각 중에서, 내가 유독 그런 것들에만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  


단순히 내가 풍경을 보았다가 아닌

'나의 풍경', '나의 거리'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니 뭔가 새로운 것을 보는 느낌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누가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 보인다 생각하니

매일 흔하게 보는 풍경도 달라 보이는 듯하다.

 

 

암점-과학계의 비일비재한 망각과 무시

 

p.220~221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면, 뭔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거나 알아듣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우리의 마음이 그것을 수용하여 간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에 맞닥뜨리도록 허용해야 한다. ~ 설사 그것이 자신의 기존 개념, 신념, 범주와 상충되더라도 말이다.  

 

굳이 과학 분야가 아니라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출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사람들은 기존의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려는 하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을 할 때나 모임에서도 기존에 하던 방식과 다른 방식을 새로 도입하려고 하면

쉽게 그렇게 하자고 바로 결정되는 경우가 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설득을 하고, 일단 해보자라고 하고 마지못해 하게 되고 그러다 또 익숙해지고... ^^;

 

 

'의식의 강'이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이라니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의식의 강'은 그의 전작들을 다 아우르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작들도 궁금해졌다.

여러 과학적·의학적 이론과 실험, 설명과 함께 자신의 경험까지 담아낸 그의 마지막 에세이.

책 중간중간 저자의 전작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씩 나오는데

앞으로 그의 작품이 더 나올 수는 없겠지만

아직 내가 읽지 못한 전작들이 있다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 이 서평은 알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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