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보다 스토리
신인식 지음 / 좋은땅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와인 보다 스토리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에 열심히 일한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시원함은 즐길 줄 안다.

맥주만 마시던 나에게 어느 날 한 지인이 선물로 좋은 와인 한 병을 선물로 준 적이 있었다.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지인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생애 첫 와인 시음회를 가지게 되었다.

와인을 개봉하고 와인 잔에 따른 후 그 붉은 빛깔에 우리는 감탄을 했다. 향을 맡고 이런 게 와인의 향이구나 느끼며 첫 시음을 시작했다.

 

엄마. "윽, 이게 뭐야? 무슨 맛이 이래? 아우~ 난 못 마시겠다." 하시며 진저리를 치신다.

아빠. "어, 맛이 왜 이렇게 떫냐? 내 취향은 아니다." 하시며 겨우 한 잔 비우신다.

나. "아으~내 취향도 아냐. 이거 왜 이렇게 떫죠? 와인이 원래 이런가???" 하며 다 마시지 못하고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는 그 와인병에 손을 대지 않았고, 결국 보다 못하신 엄마가 고기 재우는 용으로 쓰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드라이 와인이었는데 와인을 처음 접하는 우리에게는 너무 레벨이 높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이후로 엄마는 와인이라면 질색을 하시고, 아빠도 별로 드시고 싶어 하시지 않는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한데 두 분의 첫 와인의 맛을 그렇게 망쳐드린 것 같아 괜히 죄송하다.

가끔씩 두 분이 집에서 술을 드시기도 하시는데 이왕이면 하루 한 잔의 레드 와인은 심장병에도 좋다고 하니 와인을 드시면 좋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전에 두 분의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드려야 할 것 같다.

 

나도 와인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으니 먼저 와인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와인 보다 스토리』는 시중에 나와 있는 와인에 대한 책과는 많이 다르다.

 

책의 서문 p.7~8

첫 번째로 이론적 지식만으로 접근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많다. 어떤 와인의 향을 설명하며 쉽게 맡아 볼 수 없는 블랙커런트나 송로버섯 향 등에 대해 너무 친숙하고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는 와인의 수준과 계급을 돈으로 줄 세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많다. 흔히 최고급 와인을 소개하며 ~ 당연히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그런 와인들을 소개하며 이런 와인들을 마시지 못하는 부류는 와인 애호가 부류에 들 수 없음을 암묵적으로 시사하는 느낌마저 받는다. 

 

 

세 번째는 주입식의 정보와 지식 나열로 책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와인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 입장에서 일반 애호가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을 기획하고 싶었다.

 

실제로 저자의 본업은 와인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와인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와인 초보자에서 벗어나 마트에서 와인을 자신 있게 고르고 와인 레스토랑에서 망설임 없이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되고, 와인을 쉽고 편안하게 즐기며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라고 한다. 굳이 와인 전문가를 기르기 위해 이 이야기를 써낸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초보자들도 와인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와인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어려운 와인 용어와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저자가 생각한 방안'이라고 한다.

 

목차

 

 

  

『와인 보다 스토리』의 구성.

 

첫 번째는 와인 초보자 편. 30대 중반 남성인 와인 초보자가 와인을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와인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든다는 얘기다. 와인 초보자가 와인과 관련해서 실제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했다.

 

 1. 와인 리스트는 why 리스트

 2. 와인을 모른다고 무시당할 일인가?

 3. AOC, GCC, BDM은 걸그룹 이름인가요?

 4. 전 여자친구는 와인 매니저다

 5. 와인 너를 알아가고 싶다

 6. 샤도네이는 샤르르, 쇼비뇽 블랑은 블랑블랑

 7. 까쇼가 무슨 쇼인가요?

 8. 밀당 같은 피노 누아

 9. 연애의 달인 다크 초콜릿 같은 쉬라즈를 앞세우다

 10. 리제르바 마셔봤어?

 11. 싱글은 화려할 수 있을까?

 12. 와인 마신 다음 날 나만 숙취로 고생하는가?

 13. 나는 흙수저 테루아다

 14. 나의 배우자는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을까?

 15. 누구누구는 참 좋겠다

 16. 나의 적성을 와인같이 알 수 있다면

 17. 와인과 닮은 점이 많다

 18. 우기는 사람이 이긴다

 19. 반주 술을 위함인가?

 20. 스파클링 와인은 두 번에 걸쳐 따른다

 21. 와인이 열린다. 내 청춘도 열린다

 22. 아이스 와인같이 전화위복을 꿈꾼다

 

두 번째는 와인 매니저 편. 실제 와인 매니저와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쓰였다. 20대 후반 여성인 와인 매니저가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우정, 일에 대한 경험들을 와인과 연관시켜 이야기를 전개했다. 

 

 1. 오늘 와인 한잔하실래요?

 2. 저도 소믈리에처럼 폼나요 

 3. 신의 물방울은 등장인물도 신이다

 4. 난! 난 꿈이 있어요~

 5. 산소 같은 손님

 6. 어쩔 수 없는 거품!

 7. 와인은 귀로 마신다

 8. 블렌딩해야 제맛이지

 9. 스위트하게 혹은 드라이하게

 10. 와인 잔? 난 빨대로 마셔

 11. 우정은 빈티지 순이 아니잖아요

 12. 나는 보졸레 누보가 좋다

 13. 너와 나의 온도 차

 14. 비싼 와인은 비싼 만큼 맛있다고?

 15. 어느 나라로 여행을 떠나볼까!

 16. 디캔터는 빠른의 다른 이름일까?

 17. 와인만 부쇼네 나는 것이 아니죠

 18. 와인의 눈물보다 내 눈물이 더 끈적거린다

 19. G7과 L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20. 블라인드 테스트는 문화와 놀이문화의 조합

 21. 나는 몇 등급 인간일까?

 22. 새로운 반란을 꿈꾼다, 슬픔이여 안녕!

 23. 컬트 와인 같은 남자를 원하지만 현실은 데일리 와인

 24. 혼밥, 혼술, 데일리 와인은 이 와인이 최고!

 25. 나의 마리아주는 어디에 있을까?

 26. 인생도 시음할 수 있다면

세 번째는 와인 애호가 편. 저자 본인의 와인 관련 이야기가 주가 된다. 40대 중반의 와인 애호가가 운영하고 있는 와인 모임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1. 휴식처 같은 친구, 와인!

 2. 와인 모임부터 시작하자

 3. 콜키지 프리인 식당에 가봐야지

 4. 지나친 격식에 정작 소중한 것을 잃다

 5. 위기는 기회다

 6. 와인은 술이다

 7. 치아의 착색

 8. 와인 라벨은 초보자에겐 암호와 같다

 9. 아마로네의 화려한 변신

 10. 이곳에 추억을 아로새기다

 11. 가격이 낮은 와인은 있어도 싸구려 와인은 없다

 12.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13. 어디에 와인을 보관하지?

 14. 연필심 맛 와인의 표현

 15. 와인이다, 연장 챙겨라!

 16. 그녀야말로 진정한 와인 애호가다

 17. 우리 땐 세컨 와인 하나씩 있잖아

 18.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다

 19. 와인도 생긴 대로 놀지 않는다!

 20. 와인 일을 해볼까?

 21. 빚 바랜 일기장을 꺼내듯!

 22. 내 생애 최고의 와인

각 파트의 주인공들은 서로 얽혀있다. 즉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인 셈이다.

소개팅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다. 소개팅 장소는 와인 레스토랑. 와인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주인공은 걱정스럽다. 두꺼운 메뉴판을 봐도 뭐가 뭔지 잘 알 수가 없는 주인공은 상대방에게 좋아하는 와인을 물었다. '이태리 슈퍼투스칸'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을 따라 '슈퍼투스칸'을 주문하자 웨이터가 다시 '어떤 슈퍼투스칸'이냐고 묻는다. 당황한 주인공. '비싼 와인이 맛있다'라는 말에 비싼 걸로 달라고 주문한다. 비싸봐야 10만 원 정도겠지라고 생각한 주인공. 하지만 계산서를 받은 주인공은 깜짝 놀란다. 와인 가격만 35만 원이라니... 왠지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주인공의 에피소드와 함께 주인공과 독자를 도와줄 와인 리스트를 보는 방법과 와인 리스트 주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온다.  

 

이렇게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와인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이 잡히게 된다.

와인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배우는 이 방법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쓰인 소설책을 읽듯 이야기를 따라 읽어가니 저자의 말대로 마트에서 자신 있게 와인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숙취는 레드 와인이 가장 심하다. ~ 이유는 화학성분 때문이다. ~ (p.54)

 

레드 와인이 숙취가 있다니! 마신 술의 양이나 몸의 상태 등 여러 요인과 개인 차가 있겠지만 숙취의 느낌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에게 유용한 정보이다.

이런 세세한 정보까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레드 와인은 적당하게 마셔야지.

 

'와인이 열린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에 반해 프랑스와인을 비롯해서 이태리 등의 괜찮은 와인은 처음 열었을 땐 밍숭맹숭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향가 맛이 피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 (p.83)

 

 

같은 병에 담긴 와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과 맛이 변하다니. 그 최고점을 찾으려면 시간마다 마셔봐야 할까? 와인은 참 신기하구나 싶다.

 

또 하나 몰랐던 신기한 사실.

세 번째는 교육세다. 아직까지 술에 왜 교육세가 붙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 (p.108) 

 

진짜... 술에 왜 교육세가 붙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술 외에도 전혀 상관없다 생각한 것에 교육세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다.

 

이야기 중간에 와인 만화로 유명한 '신의 물방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도 몇 권 본 적이 있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기억하는 내용이 '디캔팅'이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디캔팅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와인을 소재로 한 책이지만 와인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세대들의 경험과 고민을 다루고 싶었다는 저자의 생각대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와인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와 함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고민하는 직장생활 문제라든가 연애문제, 사람 사이의 문제 등을 같이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와인 관련 책을 보다 중간에 포기를 했다거나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한 적이 있다면 『와인 보다 스토리』를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와인에 대한 지식이 담겨 있으니 학습서라고 이야기해도 되겠지만 읽기 시작하면 와인 학습서라기 보다 와인을 소재로 한, 와인의 정보가 많이 담긴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이라 굉장히 마음이 편해진다.

 

보통 학습서라고 하면 읽기 전부터  뭔가 다 암기해야 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경직되고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하는 마음 때문에 진도도 잘 나가지 않고 부담만 되는데 『와인 보다 스토리』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냥 이야기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금방 끝내게 되고, 와인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머리에 담기게 된다. 세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해당 페이지를 펴보면 될 일이다.

 

어렵다 생각했던 와인 이야기가 쉽게 읽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저자가 전해주는 와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 이 서평은 좋은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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