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만화 일기 3
일흔 청춘 만화가의 하루하루는 창작 노트다
끊임없는 메모와 스케치로 포착한 유쾌한 일상!
허영만 작가의 만화 인생이 50년이라고 한다. 반백년이라니... 어떤 일을 50년이나 해왔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존경스럽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만화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 한시도 놓지 않고 있다는 것.
수많은 그의 작품 중에 하나라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각시탈>, <무당거미>, <오! 한강>, <벽>, <아스팔트 사나이>, <비트>, <타짜>, <사랑해>, <식객>, <부자사전>, <꼴>, <허허 동의보감>, <커피 한 잔 할까요?>, <허영만의 만화 일기> 등.
긴 시간 함께 해온 작가 허영만의 작품들.
'만화'라는 장르가 어찌 보면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철저히 읽고, 보는 사람의 입장이고, 창작자 자신에게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지,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50년이 넘게 지속해온다는 것이 어떤 과정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역사'라 불릴 만한 그의 50년 만화 인생 중 일부가 담긴 '허영만의 만화 일기 3'.
'허영만의 만화 일기'는 만화로 기행문을 기록하는 오랜 버릇을 가진 그가 하루하루의 일을 만화로 기록한 것인데 3권에서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그가 겪은 일상을 만화 일기의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매일매일이 기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매년 일기장을 구입해 쓰고 있다. 하지만 연초 한두 달은 열심히 쓰다 그다음부터는 달에 몇 번 그러다 몇 달에 한 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의 '꾸준함'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빨간 점으로 표현한 그날의 시작 점.
각 이야기의 시작은 빨간 점 하나로 시작하는데, 하나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면 빨간 점이 두 개로, 세 개로 늘어나기도 한다.
역시 만화가!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내다니!
책을 보면 간혹 알아볼 수 없는 글씨도 있는데 가독성을 위해 수정을 고려했지만 원본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으리라는 판단에 작가의 글씨 그대로 나왔다고 한다. 그 나름의 진실함이 보이는 것 같다.
새해의 모임 이야기를 시작으로 손자 이야기, 여행지에서 겪은 이야기, 친구와의 만남, 강아지 이야기 등 그의 한 해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가 지내온 일상들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손자 이야기에 같이 흐뭇하게 웃고 있다가, 홀로 떠난 여행에선 역시 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통 잠을 제대로 못 잔다거나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약을 담은 검은 주머니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컴퓨터로 열심히 작업한 것을 잘못 눌러 날려 버린 이야기에는 나도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또 안타까워한다.
일흔의 작가.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을 살아온 작가의 이야기.
그 긴 시간의 삶이 녹아든 이야기를 읽고 있다.
이렇게 그린 그의 그림일기가 벌써 서른여덟 권째가 되었다고 한다. 서른여덟 권의 그의 역사가 기록된 셈이다. 그리고 그의 역사의 기록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다.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정신없이 그려댔다, 나 좋자고 하는 짓이었다'라는 그의 말이 왠지 가슴에 남는다.
그리고 반성했다. 아쉬웠다. 기록해두지 않아 떠나보낸 나의 소중한 기억들이.
그 느낌 그대로, 그 상황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는데...
이유는 아마도 나의 게으름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깟 게으름, 귀찮음 때문에 돈으로도 다시 살 수 없는 그 기억들을 놓쳐버리다니 후회가 되었다.
사진으로든, 글로든, 그림으로든, 어떤 형식이든 그날 마음이 가는 대로 기록을 남기자!
기록이 소중한 날들을 추억하는 것을 도울 것이기에.
* 이 서평은 가디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