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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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계속되는 파업으로 시끄러운 MBC. 오늘도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영장 기각 건으로 인해 시끌시끌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던 강부영 판사가 이번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구속 영장은 기각해 계속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고, 구속은 지나치다는 사람들도 있다. 구속 영장 기각이 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명 공정한 판단을 했으리라 믿고 싶다. 하루빨리 죄를 지은 사람들은 처벌받고, 더 이상 힘이 없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용마 전 MBC 기자가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그의 죽음에 앞서 그의 두 아들에게, 그리고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희망적이기를 바라는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한때 기자였던 저자는 2012년 MBC로부터 해고를 당하고 지금은 악성 중피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길어야 12~16개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길지 않은 그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한 그는 그가 떠나고 남을 두 아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그렇게 쓰이게 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 혹은 그보다 일찍, 또는 조금 더 늦게 그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책 속에 실린 2017년 9월에 촬영된 그의 가족사진을 보니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이용마 전 기자는 놀랄 만큼 말라 있었다. 하지만 표정 하나만큼은 밝았다.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이 글을 쓴 이유.

 

첫째로는,

지금은 어린 아들들이 자라서 인생에 대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될 때, 그때 이야기를 나눌 아버지를 필요로 할 때, 함께 있어주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자신의 돈보다 소중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둘째로는,

촛불시위로 어렵게 대통령 탄핵을 이루어냈고, 권위주의 세력이 몰락하고 다시 찾아온 개혁의 기회를 또다시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로서 그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 욕망 덩어리들이 바꾸어 놓은 세상을 바로잡고 싶은 것이다.

 

 

 p.94

 직간접 경험은 젊을 때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었을 때의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저자는 당장 아이들이 그의 책을 읽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10년 후쯤, 그들이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때 그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그 시기에 함께 고민해주지 못할 미래를 대비해 지침서가 되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겼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이 아직 어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아마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저자의 경험상 그 10년 사이에 세상이 급변하지도 않을 것 같아 아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십 년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 그 아이들이 자랐을 10년 뒤에도 세상이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긍정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실은 그런 바람과는 달리 그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리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이다.

 p.111

그건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고 평등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사회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민주주의이다. 다수 대중의 이해가 반영되면서도 소수를 보호할 수 있는 체제.

 

자유와 평등, 정의와 더불어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

다른 무엇보다 나는 '인간미'에 더 마음이 쓰인다. 자유, 평등, 정의가 바로 서면 사람들이 지킬 것은 지키고,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고, 또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가 될까? 지금처럼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거리며 친한 사이라도 나보다 조금이라도 잘 되는 것 같으면 괜히 불안하기까지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불안한 시선으로 보는 이런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이웃과 말 한마디 하지 않게 되고, 혹시나 집에 누가 찾아오면 불안하고, 불편사항 한 마디조차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괜히 말했다 보복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참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람 사이의 정 같은 건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p.132~133

 ​~. 다양성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일사불란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나 내용성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빨리빨리 해치우기만 바라는 것 등이다. 군대식 문화다. 전체주의의 한 측면이다.

 

직장 내의 군대식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자주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런 문화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개인이 나설 수 없고, 혹시나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그냥 참고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변화 없이 또 계속 이어지고.

 p.183

 ​"다 알면서 왜 그래. 삼성 기사 쓰면 삼성이 전화하지, 회사 선배들이 전화하지, 데스크가 기사가 되니 마니 자꾸 따지지, 그렇게 싸워서라도 기사가 나가냐? 결국 안 나가잖아! 그런데 뭐 하러 기사를 써? 안 쓰면 서로 편한데." 그랬다. 그게 현실이었다.


이렇게 부패한 언론이라니! 저자가 전직 기자 출신이라 언론에 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었다. 언론을 통한 정치, 사회 등 여러 분야를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막연히 부패한 언론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책에 쓰인 구체적 사례들을 보니 기가 막힌다. 이런 기사들을 매일 보고, 듣고 하고 있으니. 대중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 앞서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으며 그것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바꾸고 싶지만, 바뀌어야 한다 생각하지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렵게 잡은 기회를 또다시 놓쳐 버린다면 우리들 마음속에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실패가 학습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한 생각도 든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거창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항상 정부와 언론이 하는 일을 관심을 꾸준히 가질 것.

내 스스로 떳떳하고 바로 서기 위해 법을 지킬 것.

소수의 의견에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것.

사회적 약자를 생각할 것.

또 무엇이 있을까?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본적, 호적 문제부터 과거에 있었던 촌지 문제도 다시 한번 그 배경과 변화에 대해 알고 나니 우리 사회의 시스템 하나하나에 다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꽤 머리가 아플 것 같긴 하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초, 중, 고 학창시절, 대학교, 대학원 시절, 기자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 전체를 다루고 있으면서 그의 삶을 단순히 그냥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관습이나 체제의 배경과 설명도 함께 하고 있어 저자의 삶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이용마 전 기자의 경험과 시선으로 본 현대사에 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세상을 먼저 살아 본 선배로서 인생을 어떻게 해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일종의 조언이 담긴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p.17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나의 꿈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그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의 인생도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우리 모두 하늘로 돌아간 뒤에 천상병 시인처럼 '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다. 공동체의 규모가 작든 크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 공동체가 아름답고 즐거운 세상이 될지, 끔찍한 감옥이 될지는 전적으로 어떤 특정 단체가 아니라 우리, 개개인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소풍이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 다음 세대의 소풍도 즐거울 수 있도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 이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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