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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라치아 마리아 델레다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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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간섭하십니까?"
어머니

어느 한 작은 시골 마을의 사제인 폴.
그리고 그의 어머니.
나이 많은 남편이 죽고 어린 나이에 홀로되어 아들인 폴을 사제로 키워낸 어머니는
그의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
그리고 그의 아들 폴은 어머니의 기대대로 자라주었고, 결국 사제가 되어
어머니가 하녀로 있었던 마을로 돌아가 그 교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녀로 일하며 낮은 신분으로 살았던 어머니는
신부가 된 아들과 함께 신분상승하여 예전에 살았던 마을로 돌아갔다.
그녀의 아들 폴이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폴에게서 이상한 기미가 보였다.
사제로서 하지 않아야 할 행동, 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였다.
그 원인은 바로 사제의 신분으로 결코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여자'였다.
아그네스라는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그 사랑은 그들의 모든 것을 망쳐버릴 것이었다.
사제임에도 아그네스라는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신부 폴.
그는 하느님과 아그네스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그리고 아들이 아그네스와 사랑에 빠진 것을 눈치챈 어머니.
그녀는 두려웠다.
그의 아들은 사제였고, 사제에게 특정한 여자와의 사랑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아들을 바른길로 돌려놓아야 했다.
아그네스와의 사랑을 두고 아들 폴과 그의 어머니의 대립이 계속된다.
아들은 사제를 포기할 수도, 어머니를 포기할 수도 없고,
더욱이 아그네스에 대한 자신의 사랑도 부정할 수 없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사제로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 사랑은 아들뿐만 아니라
그 여인도 죄를 짓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보통은 어머니가 아그네스라는 여인을 원망하려 할 테지만
폴의 어머니는 아그네스를 원망하기보다는 불쌍히 여겼고, 자신의 아들이 그녀의 영혼까지
망쳐버려서는 안 된다고 폴을 설득했다.
아그네스는 폴과 함께 도망가서 살기를 원했지만 폴은 그럴 수가 없었다.
폴은 자신처럼 사제가 되길 원하는 소년 안티오쿠스에게 진정으로 사제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다.
폴이 안티오쿠스에게 하는 말들은 사제가 된 것에 대한 후회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달리 보인단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중요한 일을 맡기 전에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전혀 알리 없는 안티오쿠스는 자신의 우상인 폴을 보며 꼭 그렇게 될 거라 확신한다.
"신부님은 후회하셨나요? 아니죠? 저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폴이 아그네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제가 된 것을 후회했을까?
아니면 아그네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인을 만나 언젠가는 한 번은 또 이 같은 고통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신교 신부(목사)들은 결혼을 하기도 하고, 자식을 두기도 한다'라든가, '예전 신부들은 결혼을 하기도 했다', 결혼이 허용되었는데 그것을 금지시킨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후에 생긴 관습이다'라는 말을 통해 폴을 어떻게든 아그네스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였다.
금욕적인 삶을 살기란 정말 쉽지 않고, 유혹도 많고, 그 많은 유혹과 본능을 기도로 다 이겨내면서 살 수 있는지 한낱 평범한 인간인, 종교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폴의 어머니는 아들을 설득하면서도 자식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 사람들 다 하는 사랑인데
왜 자신의 아들에게는 그 흔한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지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아마 부모의 심정이 다 이렇지 않을까......
자식의 성공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다 막아주고 싶고, 그러면서도 그 길을 힘들게 가는 자식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마음...
사제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았다면 충분히 사랑하며 살았을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 폴.
폴의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자식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어머니의 자식 걱정은 끝이 없구나.
그리고 그 걱정으로 인해 어머니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나 버렸다.
폴은 그 순간 이후에도 아그네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었을까?
그저 사랑할 수 있는 한 인간이길 원했지만, 그 흔한 사랑조차 허락되지 않는 신분이었던 폴은
자신이 원했던 사랑으로 인해 더 큰 상실을 겪게 되었다.
자식만을 위해 살다 자식으로 인해 희로애락을 겪다 결국 자식으로 인해 끝이 난 어머니.
그녀는 자신의 아들에게 연민을 느꼈으나 그 아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하지는 않았다.
만약, 폴이 사제를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살았더라면 그들 모두 행복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