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중국 드라마에 빠지기 시작해 여러 개를 추천받아 보고 있었는데

여러 친구들로부터 '황제의 딸'을 추천받았다.

'보보경심'과 같이 변발에 적응하지 못해 선뜻 보지 못하고 미루고만 있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보보경심' 시청에 성공하고, '황제의 딸'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이제는 변발이 드라마 시청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스토리가 재미있었다.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호기심에 책 소개를 읽었다.

'황제의 딸'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터라 그런 분위기의 소설을 생각했었는데

80대의 그녀가 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그녀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이야기는

충야오(경요)와 남편 핑신타오의 사랑 이야기이자,

어느 한 사람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차례

 

 

지금까지 치매에 관한 책을 이제 3권을 읽었다.

첫 번째는,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 쓴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저자 자신이 치매 진단을 받고 직접 쓴 이야기를 읽었고,

세 번째는, ​치매 환자가 된 남편을 돌보며 쓴 아내의 이야기였다.

 

이번 이야기가 바로 세 번째, 작가 충야오(경요)와 그의 남편 핑신타오의 이야기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는 남편 핑신타오가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생명만을 연장시킬 뿐인 장치들까지 삽입하게 된 과정을,

2부는 충야오와 핑신타오의 결혼 생활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이들이 결혼하기 전,

충야오는 남편은 없었고,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신타오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다.

충야오에 반한 신타오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음에도 충야오를 쫓아다녔다.

충야오는 계속 거절했지만, 신타오는 포기하지 않고 그녀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했다.

​신타오는 지금은 아이들이 어려 이혼할 수 없고, 

5살인 자신의 아들이 열다섯 살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이혼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들이 열다섯이 되던 해에 이혼을 했다.

​자그마치 10년이었다.

충야오는 신타오를 기다릴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그녀의 아들의 허락도 받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같은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신타오가 병상에 있게 되고,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으며 수없이 많은 고통을 겪고,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한 아내 충야오를 잊어버리기까지의 과정과

충야오가 그런 남편을 돌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그녀의 글을 통해 함께 느끼며

이 둘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둘이 오랜 시간 함께하며 정말 사랑하는구나 느껴졌다.

 

 

신타오는 자신이 병들게 되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없게 될 때,

자신의 생명만을 붙잡기 위해 억지로 행해지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는

사전의료의향서와 같은 문서를 자식들에게 남겼다.

즉, 존엄사를 택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충야오도 평소 같은 생각이었기에 신타오의 뜻을 거부하지 않았었다.

 

비위관 삽입을 결정할 때가 왔다.

하지만 막상 그때가 닥치니 선뜻 그의 뜻을 따를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신타오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충야오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식들은 어떻게 해서든 신타오의 생명을 연장시켜 보려고 했다.

그것이 의식불명인 채로 평생 지내게 된다 해도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충야오는 자식들의 의견도 인정해 주기로 하였다.

 

신타오의 뜻을 지켜주지 못해 괴로운 충야오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곧이어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나는 온 세상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겠구나. 온갖 잔인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이 다 쏟아져 나오겠지.

"너희 그 충야오 알지? 남의 남편을 빼앗아서 몇 십 년 좋은 시절 보내더니, 신타오가 늙어 치매에 걸리니까 돌보지 않으려고 죽게 만들었대."

(p.179)

 

 

이들의 결혼이 당시 도덕적으로 얼마나 비난이 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타오의 자식들과 신타오의 마지막 치료에 대한 갈등을 빚는 내용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속 한편에는 그런 부분에서 평생 자유롭지는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에게는 사랑이었을지 모르나

남편이자 아버지의 배신을 안 신타오의 전 부인과 자식들에게는 그동안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니

이들의 사랑이 무조건 아름답다 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뒤늦게 어렵게 함께 하게 된 만큼 그들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존엄사에 찬성한다.

사전의료의향서도 찬성한다.

 

하지만 신타오의 자식들을 보면서 만약 내 부모님의 상황이라면

과연 쉽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도 그들처럼 어떻게든 붙잡고 있으려고 하지 않을까.

 

어쩌다 한 번씩 부모님과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억지로 목숨만 연장시키려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씀하신다.

신타오가 이야기했던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렇게 확신하면서

그 죽음이 내 가족에게 해당되었을 때는 선뜻 그러겠다 할 수가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보다 나를 위한 마음이 더 커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일지도,

혹시나, 만에 하나, 조금씩 호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렇게 보내드리기에는 해드린 것이 너무 없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혹시 부모님이 자식들이 병간호하는 것이 힘들까 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무슨 이유를 들어봐도 그것은 나를 중심으로 한 생각이었다.

정작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부모님을 그렇게 보내드릴 자신이 없다.

 

그러다 문득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엄마는 몸이 불편하신 외할머니를 집에서 모시며 18년 동안 병간호를 하셨다.

혼자서는 식사도, 움직이시지도 못하시는 외할머니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모두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위급한 상황이 오면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누구나 태어남과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죽음이 아니라

함께해서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아쉽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로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살아 있을 때는

불꽃처럼

생명의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타오르고 싶다.

죽을 때는 눈꽃처럼 휘날리다가

땅에 떨어져

먼지가 되고 싶다!'

 

 

 

 

 

 

 

 

 

 

 

 

 

 

* 이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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