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신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집을 완독을 꼭 제대로 해보고 싶은 고전 목록에 있는 작가들이 몇 있다.
내 리스트에 있는 작가들 중 한 명인 프란츠 카프카.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아직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어 기대감도 있었고,
고전이라는 것 때문에 혹시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단편집이니 장편을 읽는 것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작품의 길이에 상관없이 그 무게가 상당했다.
MINI BOOK CLOUD LIBRARY 15
변신

차례

'변신'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들을 모아 만든 단편집이다.
가볍고, 두껍지 않아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 좋았다.
여러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변신', '법 앞에서'였다.
단편들 중 가장 길고, 임팩트가 있었던 '변신'.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보니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영업사원인 그레고르는 아침에 눈을 떠 벌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 보다 일 걱정만 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보다는 훨씬 더 놀라고, 걱정하고, 패닉 한 상태였을 텐데,
그레고르는 생각보다 훨씬 침착했다.
오로지 회사에 가지 못한다는 걱정만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출근할 시간이 되어도 가지 않은 그레고르를 이상하게 여긴 지배인이 집에 찾아와
그레고르를 만나려고 하지만 이미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는 정상적인 말도 할 수 없다.
잠긴 그레고르의 방문 앞에서 아마 아들이 아파서 출근을 못 한 것일 거라고 이야기하는 어머니에게 지배인은 이야기한다.
"대수롭지 않은 병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처럼 장사하는 사람들은 행복인지 불행인지 간에
몸이 불편한 것쯤은 대개 열정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44)
열정으로 아픈 것을 극복하라니...
말이 안 된다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충격과 연민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으로 열심히 일한 아들이지만 벌레로 변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되고 나니 그에게 돌아온 건 결국...
가족임에도 아픔, 슬픔, 불안을 감싸주고 위로해주기보다는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보여주는 시선이 너무 차가웠다.
오로지 희생만 해왔던 그레고르의 인생이 너무 안타깝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가족은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가 등 '가족'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법 앞에서' 겨우 4페이지 정도의 이야기였다.
법을 지키는 첫 문지기의 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그 앞에서 세월만 보냈던 시골 사나이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용기를 내고 뚫고 들어갔더라면 자신이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더 무서운, 힘이 센 문지기들이 버티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지레 겁을 먹고 눈치만 보는 시골 사나이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작품 외에도, '갑작스러운 산책', '원형 극장의 관람석에서', '옷', '오래된 기록'은
오래전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 현대 사회의 문제와 연관 지어 읽어보아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고 사고하는 방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단편집의 첫 시작은 '판결'이라는 짧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는 게오르크.
친구에게 자신의 약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그는
고민 끝에 편지로 자신이 약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자 아버지는 게오르크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게오르크와 아버지는 계속 비난과 말다툼을 이어가던 중
아버지는 게오르크에게 악마 같은 인간이라 말하며 죽을 것을 선고하고,
게오르크는 그 길로 집에서 나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다.
언제나 부모님을 사랑했다고 말하며.
미니 북으로도 겨우 22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판결'을 읽고 난 후
이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카프카가 실제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 그들의 상황이 이렇게 작품으로 나오게 된 것 같다는 생각 외에는 더 이상의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웠다.
'시골의사' 또한 나에게는 난해한 작품이었다.
다행히 책 끝에 작품 해설이 나와 있어 당시 카프카가 이 작품을 썼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단편집을 읽고 보니 '가족'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몇 있었다.
그의 가족은 독일계 유대인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고,
권위적인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어릴 때 겪은 동생들의 죽음도 그의 성장과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을 다룬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런 면들이 드러나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그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작품들을 읽고 나니,
그의 다른 작품들뿐만이 아니라 프란츠 카프카라는 인물에 자체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어려울지 모르나 꼭 한번 그의 장편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이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