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을 마시다
비올레타 그레그 지음, 김은지 옮김 / iwboo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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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먹으면 위험한 금속, 원소기호 Hg의 그 수은?

그 위험하다는 수은을 왜 마신다는 거지?

심상찮은 제목이다.

제목에 쓰인 수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수은을 마시다

Swallowing Mercury

 

 

 

푸른색 표지다.

아름다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수은이라는 단어 때문에 차가워도 보이는 느낌이다.

차례 

 

 

p.41

나는 감자 딱정벌레가 빈 코카콜라 깡통을 올라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할아버지가 그림과 똑같은 깡통에 감자 딱정벌레를 모으는 것을 내가 직접 봤다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미술 대회의 심사위원들은 내 그림이 '매우 심오한 은유적 기법을 기반으로

제국주의 딱정 벌레의 운동을 잘 표현했다'고 결론 내렸다.

​아이는 그저 자신이 본 것을 단순히 그렸을 뿐인데 그 그림에 심오한 뜻을 붙인 심사위원들이 우습다.

그냥 사실적인 모습을 묘사한 그림에 엄청난 사상을 붙여 해석한 건 심사위원들이었고,

오직 상을 받고 싶어 열심히 그린 그림을 오해해 사상검증하러 정부에서 나오기까지 한다.

아마 당시 폴란드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은을 마시다'는 폴란드 출신의 저자가

1980년대 폴란드 시골의 한 마을에서 자라며 겪었던 내용을 회상하며 쓴 소설이기 때문에

당시 시대적 상황들이 나타난 장면들이 있었다.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전쟁과 내전, 반란을 겪은 폴란드인데,

북유럽에 대한 로망으로 그 나라의 과거가 어땠었는지를 잊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던 폴란드의 시골 마을에 사는 주인공 소녀 비올카.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궁금했던 수은.

정말 제목 문자 그대로 비올카는 '수은을 마셨다'.

제목에 있는 '수은'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 ㅠㅠ

그런 끔찍한 일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차라리 수은을 택했던 어린 소녀.

하...... 책을 읽는 입장에서도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다.

 

 

 

당시의 시골 생활이라는 것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주 지루하기 짝이 없을 생활일 것 같지만

비올카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작은 시골 마을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리고 활동적인 비올카의 성격이 그녀 자신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듯도 하다.

 

 

비올카와 함께 그녀의 이야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가

한 번씩 등장하는 쇼킹한 내용에 놀라기를 반복하다

마지막 두 에피소드, 아버지의 에피소드와 라즈보스와 함께 나선 에피소드에서는 여운이 남아

다시 돌아가 읽어 보았다.

 

 

p.149

"참 희한한 세상이야."

버스가 풀라스키 가로 들어서자 그가 갑자기 말했다.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나보고 늙었다고 하니까 말이야. 사실 속은 설익은 과일이나 마찬 가진데."

 ​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늘어가는 건 숫자일 뿐,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고 하시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나다.

언젠가 나도 비올카의 아버지처럼,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처럼

이런 말을 하고 있겠지.

 

 

마지막 페이지의 비올카는 어찌 보면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시골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도시 생활을 알게 되면 보통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가고 싶어 하는데

비올카에게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가 돌아가게 된 이유는 바로, 아무래도, 그녀의 엄마였겠지?

 

폴란드 배경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정치, 역사가 엄청 들어간 무거운 소설이 아니라

폴란드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단편처럼 엮여 있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현재 북유럽에 대한 로망으로 잠시 잊었던 그들의 역사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어

더욱 좋았다.

이 소설을 계기로 폴란드 역사를 잠깐 찾아보았는데 이제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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