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6
궈나이원 기획, 저우젠신 그림 / 북극곰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부터 정겨운 '흰둥이'

나에게는 '흰'둥이가 아닌 '검둥이'가 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안쓰럽고 애처로운 나의 검은 강아지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아직 어리다 생각해 나의 강아지의 마지막은 한참이나 나중의 일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강아지가 아프다고 보내는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다.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했던 불쌍한 나의 강아지.

그제서야 모두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리에게는 갑작스러웠지만

이 아이에게는 전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깨달았다.

 

어쩌면 내 년이,

어쩌면 다음 달이,

어쩌면 내일이

이 아이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흰둥이

 

 

 

인형들로 가득 찬 방 안.

한 노인이 안경을 이마에 끼워둔 채,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잠들어 있다.

잠들어 있는 그에게 살며시 다가와 다정하게 깨우는 하얀 강아지.

 

 

노인과 강아지는 함께 둘이서 함께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간다.

 

 

언제나 함께여서 즐거웠을 아이와 강아지.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깝고,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여느 때처럼 신나게 놀던 아이와 강아지.

달콤한 사탕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둘에게 갑작스럽게 차가운 비가 내렸다. 

 

 

서두르던 둘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사고...

빗속에 누워 있는 강아지...

그 옆에 충격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

 

강아지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올려 보았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없는 강아지...

 

 

노인의 눈에 흐르는 눈물.

 

 

그 눈물 속에 어린 시절 그 순간이 방울져 함께 흘러내린다.

 

 

한적한 공원으로 나온 노인.

그리고 그 노인 앞에 갑자기 나타난 강아지 한 마리.

 

 

먹을 것을 나눠주는 노인을 따르는 강아지.

 

그리고 유일하게 컬러가 들어간 마지막 페이지.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나갔던 흰둥이가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을까.

그의 마음에 따뜻한 봄이 왔나 보다.

노란 꽃이 예쁘게 피어났다.

 

 

 

이 책의 작가의 말처럼

꼭 강아지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흰둥이와 같은 존재가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어린 시절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일 수도 있다.

 

소중히 여겼던 것을 갑자기 잃어버렸을 때,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충격과 슬픔은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괴로움은 피하고 싶을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의 노인처럼

멀쩡히 잘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어느 순간 문득,

 비슷한 무언가를 보거나 들었을 때

잊었다, 옅어졌다 여겼던 그 슬픔과 괴로움이 몰아칠 때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슬픔은 다시 연민의 모습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슬픈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다시 배우게 하고,

훨씬 나은 자신을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존재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겨준 것이 슬픔과 괴로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당장은, 한동안은 슬픔에 빠져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늦게 받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흰둥이'는 글 없이 그림으로만 구성된 그림책이다.

그 덕에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매번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라면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할지 모르니 더 흥미로운 책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그림책이기도 할 것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북촌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