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을 이기라고 말하기 전에 왜,
자신을 이기라고 말하지 않는 것인가. 영어나 불어의 문법을 그토록 강조하면서 왜, 정작 모두가 듣고 살아야 할 말의 예절에는 소홀한 것인가. 왜 협력을 가르치지 않고 경쟁을 가르치는가. 말하자면 왜, 비교평가를 하는 것이며 너는 몇 점이냐 너는 몇 등이냐를 외치게 하는 것인가. 왜, 너는 무엇을 입었고 너는 어디를 나왔고 너는 어디를 다니고 있는가를 그토록 추궁하는가. 성공이 아니면 실패라고, 왜 그토록 못을 박는가. 그토록 많은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왜이며, 그 조항들을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그냥 모두를내버려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냥 모두가 그 뒤를 쫓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러워할수록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누구이며, 보이지 않는 선두에서 하멜른의 피리를 부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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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라도 좀 빌리지 그랬어요.
아뇨, 이게 더 편해요. 그리고 저... 이런 일에 익숙해요.
익숙하다뇨?
그러니까... 누가 쉽게 내 우산을 집어간다거나, 그런 거요. 사람들이 비교적 쉽게 여기고... 그런 거... 누구의 도움을 바란다거나 그런 문제에 대해 그냥 포기하는 거... 그리고 정말이지... 이게더 편해요.
하지만 맞을 만한 비는 아니라고 보는데...
비를 상대하는 게... 사람을 상대하는 거보단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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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수재지역을 특집으로 다룬뉴스속보를 보다가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상처 받았음을... 바로내가, 상처 받은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도아무렇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끝까지 뉴스를 보았고... 이어진 주말의 명화를 보았으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치지직 치지지직 하는 점선(點線)의 화면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마을을 떠났다 돌아온 수재민처럼 나는 우두커니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잡음의 소나기가 끝없이고막에 고여드는 느낌이었고, 다음 방송은 새벽 6:00란 자막만이그 순간 내게 허락된 이 세계의 유일한 언어였다. 그리고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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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남자는 AM 라디오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무리 채널을돌리고 고정해도 여자라는 이름의 전파를 잡을 수 없다. 잡지, 못한다... 심야의 FM처럼 선명한 눈물 앞에서 나는 전원이 꺼진 라디오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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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에 걸쳐저라는 존재가 동생에게 계속 고통을 주어 왔다는 사실때문입니다. 동시에 당연히 그런 일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동생이 이런 편지를 쓸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제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자기혐오에 빠졌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있으면서도갱생 같은 건 하지도 못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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